이민·친환경 정책 등 손볼 듯
의회서 승인 없어도 즉시 효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20일(현지시간) 취임하는 즉시 무더기로 행정명령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 언론들은 “취임 첫날만큼은 독재자가 되겠다”고 예고한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당일에만 최대 100개 행정명령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발동하면 의회 승인이 없어도 즉시 효력이 생긴다. 이 때문에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취임 첫날 새로운 행정부의 방향을 보여주는 상징적 조치로서 행정명령을 발표해왔다. AP통신은 “새로 취임하는 대통령이 백악관 입성 첫날 본인이 중시하는 정책에 도장을 찍는 건 흔한 일이었다”면서도 “트럼프 당선인은 현대사회에서 볼 수 없었던 수준의 ‘행정명령 폭탄’을 발표해 의회 검증을 거치지 않은 권력을 행사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당선인이 발표할 ‘1호 행정명령’은 불법이민 관련 조치일 가능성이 크다.
그는 18일 NBC방송 인터뷰에서 “불법 이민자들의 대량 추방이 최우선 과제”라며 “아주 일찍, 아주 빨리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언급한 ‘이민자 추방 작전’은 비자 등 서류가 없는 이민자가 주로 유입되는 남부 국경을 완전히 봉쇄하고, 미국에 있는 불법이민자들을 국경 밖으로 추방하는 내용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추방 작전은 취임 다음날인 21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당선인 측이 시카고에서 추방 작전 집행을 준비 중이라며 “이민세관단속국은 이 작전을 위해 100~200명의 경찰관을 파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일부 보수 매체들을 통해 이민자 추방을 생중계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국경 장벽 건설을 위해 주 방위군을 국경에 파견하고 불법 이민을 국가 비상사태로 선포하는 내용도 첫날 행정명령에 포함될 수 있다.
관세 관련 조치도 취임 첫날부터 몰아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수입품에 최대 20% 보편관세를 적용하고, 중국산 수입품에 6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매기겠다고 예고했다. 멕시코와 캐나다산 상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도 했다. 이른바 ‘보편적 관세’ 시행을 위한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보편 관세가 시행되려면 의회 입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에 취임 첫날에는 관세를 걷기 위한 ‘대외수입청’을 신설하는 등 상징적 조치를 통해 밑작업부터 해놓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관세 부과를 정당화하기 위해 ‘국가 경제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바이든 정부가 공들여 온 친환경 정책도 뒤집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선거 기간부터 화석연료 사용 확대, 청정에너지 관련 규제 폐지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특히 취임 첫날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퇴임 직전 발표한 석유 시추 규제 관련 행정명령(‘대서양과 태평양 등지에서 신규 원유·가스 시추 작업을 금지한다’)부터 철회할 가능성이 크다.
2021년 1월6일 의회 의사당 폭동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된 이들을 대거 사면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당시 폭동에 가담한 이들 중 1200명이 재물 손괴, 폭력 등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으며, 600여명은 최소 며칠에서 최대 22년에 이르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