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아직 내전과 소멸의 입구에 있다

김건우 참여연대 정책기획국 선임간사

윤석열이 체포·구속되었다. 이로써 ‘내란동조 세력’과 ‘민주공화국 수호 세력’ 간 대결의 한 국면이 종료됐다. 체포를 두고 경호처를 비롯한 내란동조파의 격한 저항이 우려되었으나 충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백골단의 국회 등장에 사적 폭력의 그림자가 드리웠으나 내란동조파 내에서도 거부당하며 소극으로 정리되었다.

그러나 윤석열이 구속되자 일부 시위대가 서울서부지법에 테러를 가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그들 내부에서 폭력행위가 대항폭력식으로 정당화되면서 내란동조파의 주류로 받아들여질지, 사적 폭력에 대한 내부 비판이 작동하며 소수로 전락할지가 관건이다. 더불어 헌재 앞 등에서 폭력을 동반한 세력 간 전면적인 대결로 치닫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당장의 폭력 사태를 막아내는 것 외에도 우리는 현재의 헌정위기가 장기화·영속화되지 않도록 단단히 되돌아봐야 한다. 한강진 등지에서 마주한 유사내전은 앞으로 펼쳐질 전면전의 예고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체포-구속-파면의 과정이 헌정위기를 막아내고 사회 재건의 시작점이 될지, 항구적 헌정위기를 비롯한 내전의 입구가 될지 아직 모른다. 더욱이 선거를 포함한 의회정치의 시간이 다가올수록 ‘잠시’ 미뤄진 민주공화국 수호파 내 이질성과 쟁점들은 수면 위로 부상할 것이다. 역시 내란 사태 발생의 초점을 어디에 두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통치자의 기질에 주목(강준만)해 민주공화국에 걸맞은 통치자의 덕성에 대해 논하는 것도 필요하다. 내란동조파의 실체, 즉 “거대한 악의 빙산”(신진욱)과 “반체제 정당”(서복경)에 맞서는 것도 중요하다. 윤석열이 풀어놓은 “파시즘 유령”(장석준)에 맞서 자유주의적 규범을 옹호·확장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나아가 체제의 맥락에서 신자유주의적 포획과 한국의 역설적인 성공의 신화 배경인 사회경제적 불평등 심화(윤홍식)가 어떻게 현 사태와 이어지는지 따져볼 필요도 크다. 법치의 왜곡, 정치의 소멸과 그에 따른 한국의 ‘압축소멸’(이관후)이라는 문제의식은 우리를 ‘정치의 복원’을 출발점으로 삼도록 한다. 현 사태를 양극화된 정치가 극적인 여소야대 갈등을 거치면서 제왕적 권력이 남용된 측면으로 바라본다면,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권력구조를 바꾸는 개헌 논의도 필수적일 것이다.

전문가들의 사태 원인에 대한 분석과 진단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가 마주한 헌정위기가 퍽 자연스러워 당혹스럽기도 하다. 계엄-내란의 우발적 성격에도 불구하고 과거로부터 연속적으로 얽혀 있는 것들이 점차 드러날 것이다. 계엄-내란을 촉발한 다양한 사회적 관계와 정치경제적 성격을 고려한다면, 시민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승리’에도 불구하고 우린 아직 내전과 소멸의 입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건우 참여연대 정책기획국 선임간사

김건우 참여연대 정책기획국 선임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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