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내 나라 내 겨레

오광수 대중음악평론가
[노래와 세상]내 나라 내 겨레

“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누구의 머리 위에 이글거리나/ 피맺힌 투쟁의 흐름 속에/ 고귀한 순결함을 얻은 우리 위에// 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누구의 앞길에서 환히 비치나/ 찬란한 선조의 문화 속에/ 고요히 기다려온 우리 민족 앞에/ 숨소리 점점 커져 맥박이 힘차게 뛴다/ 이 땅에 순결하게 얽힌 겨레여/ 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우리가 간직함이 옳지 않겠나”

마치 ‘애국가’를 연상케 하는 이 곡은 김민기가 작사했고, 송창식이 곡을 썼다. 들을 때마다 가슴 저 밑바닥에서 피가 끓어오르게 하는 노래다. 이 노래의 탄생 배경에는 음악평론가 이백천, 연예기자 정홍택이 관여했다.

이백천은 어느 날 시민회관(현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정홍택에게 김민기와 양희은을 소개한다. 이들은 범상치 않은 재주를 가진 두 사람과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가 합세한 통기타 팀을 결성, 전국의 대학을 돌면서 공연을 하자고 제안한다.

공연을 하다 보니 마지막에 함께 부를 엔딩송이 필요했다. 그래서 탄생한 노래가 ‘내 나라 내 겨레’였다. 이 노래를 조영남이 ‘동해의 태양’(1971)이라는 제목으로 음반에 수록했고, 송창식도 ‘내 나라 내 조국’(1972)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김민기는 1974년 자신이 프로듀서한 윤지영의 앨범에 발표한 데 이어 1993년 김민기 전집에 ‘내 나라 내 겨레’라는 제목으로 수록했다.

이후로도 김민기와 송창식은 음악적으로 교유해 왔다. 1978년 송창식은 완구공장 창고직원으로 일하다 해고된 김민기에게 작업실을 빌려줘서 ‘공장의 불빛’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두 사람은 자주 만나지 못했지만, 서로의 음악을 응원하면서 한 시대를 살아왔다. 다시 동해에 새로운 태양이 떴다. 내 나라를 생각하면 유난히 가슴이 뛰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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