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시대에 따라 변한 옥, 감옥, 형무소, 교도소

엄민용 <당신은 우리말을 모른다> 저자

현직 대통령이 구치소에 수감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구치소(拘置所)는 “구속영장에 의해 구속된 사람을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수용하는 시설”이다. 판결에 의해 징역형, 금고형, 노역장 유치, 구류 처분 등을 받은 사람은 교도소(矯導所)에 수감된다. 재판 중에 있는 사람이 교도소에 수감될 수도 있다.

우리말에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가둬 놓는 시설을 일컫는 말은 ‘옥’ ‘감옥’ ‘형무소’ ‘교도소’ 등으로 변해 왔다. 두 마리의 개 사이에 말씀 언(言)이 들어 있는 ‘옥(獄)’ 자는 자신이 옳다며 서로 다투는 모습을 개의 공격성에 비유해 만든 글자로, 본래는 ‘시비를 논쟁하다’를 뜻한다. 하지만 우스갯소리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는 개 같은 사람들이 가는 곳’으로 풀이하는 사람도 있다.

獄은 중국 한나라 때부터 쓰던 말이다. 이것이 우리나라에 그대로 전해져 ‘옥바라지’ ‘옥살이’ 등의 말을 만들었다. 그러나 중국에서 명나라 때부터 獄을 대신해 감(監)이 쓰였고, 이로 인해 감옥(監獄)이라는 말도 생겼다. 이후 한자문화권에서는 “죄수를 가둬 놓는 곳”을 뜻하는 말로 ‘감옥’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때 “옥에 관한 일을 맡아 보던 관아”를 뜻하던 ‘전옥서(典獄署)’가 1894년 ‘감옥서(監獄署)’로 바뀌기도 했다.

‘옥’과 ‘감옥’은 일본이 우리 강토를 강점한 이후에는 ‘형무소(刑務所)’로 바뀐다. “형의 업무를 마치는 곳”이란 의미다. 서대문형무소 등이 그때 지어졌다. 그러다가 광복 후 1961년 박정희 정부가 교정주의를 강조하며 ‘교도소’로 명칭을 변경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교도소를 속어로 ‘빵’ ‘큰집’ ‘빵간’ ‘학교’ ‘국립호텔’ 등으로도 부른다. 이 중 ‘빵’은 “죄수들의 은어로, ‘감방(監房)’을 이르는 말”로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쓰는 ‘깜빵’이나 ‘감빵’은 올라 있지 않으며, 표준어 ‘감방’도 교도소 자체가 아니라 “교도소에서 죄수를 가둬 두는 방”을 뜻한다고 <표준국어대사전>은 밝히고 있다.


Today`s HOT
월식 전의 보름달, 관람하고자 모인 사람들 마이애미 비치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이스라엘 유대인들을 위한 명절, '푸림' 기차를 끌어 기네스 인증 받은 레슬링 선수 마흐루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 인력 감축에 항의하는 사람들 갑작스런 토네이도로 아수라장된 피코 리베라
유소년 선수들 만난 이글스 스타 콘 바클리 나폴리서 규모 4.4 지진, 새벽부터 놀란 시민들
안개가 자욱한 호주 캔버라의 모습 BNP 파리바 여자 테니스 경기 우승자, 벨린다 벤치치 아세안 국가 중 GDP 성장 최고인 베트남의 모습 인도 홀리 축제 준비하는 사람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