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은 어떻게 폭동이 되었나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윤석열, 궤변으로 ‘법치’ 무너뜨려

변호인들까지 정치적 메시지 전달

‘90도 인사’ 윤상현·‘백골단’ 김민전

반민주 세력에 엄중한 처벌 내려야

일요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되던 시간 서울서부지방법원의 유리창이 깨졌다. 폭도로 변한 지지자들 중 일부가 쇠막대기와 소화기를 들고 법원 곳곳을 부수며 무법지대를 만들었다. 경찰은 물론 기자와 시민까지 폭행을 당한 후 86명이 체포됐다.

보수 결집. 지난 주말 언론에서는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이런 해석을 내놓기 시작했다. 대통령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 감행과 실패, 공조본 출석 요구 거부, 체포와 구속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 속에서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광장이 넓어졌지만, 아스팔트 위 윤석열 옹호세력도 커졌다. 선동 목적의 여론조사 결과가 마구 뿌려졌고 대통령 지지율이 40%를 넘는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그리고 일요일 새벽, 선동이 폭동으로 점화됐다.

쿠데타 이후 여진(餘震)은 예상 가능한 것이지만, 그 충격이 헌정 질서에 심각한 균열을 내기까지는 여러 주역들이 있었다. 대통령 윤석열은 검사로 27년 동안 국가의 봉급을 받으며 법을 집행해왔지만, 지금 억지와 궤변으로 법의 틈새를 이리저리 헤집으며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이 국민에게 총을 겨누는 행위를 했다 하더라도 그의 권위를 지켜야 한다는 ‘대통령의 힘’으로 자처하고 있다. 대통령의 변호인들은 변호사인지 정치인인지 헛갈릴 만큼 정치적 수사(修辭)로 피의자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아스팔트를 채우는 실행 부대는 전광훈 목사 세력과 극우 유튜버들, 그리고 어제 새벽 연행돼 처벌받을 사람들은 체계 말단의 인물들일 것이다.

선동이 폭동으로 변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윤석열은 지난해 12월3일 밤 이후 계속해서 영상이나 문자로 메시지를 방출해왔다. 비상계엄은 정당하며 반국가세력과 싸우기 위한 것, 그리고 자신을 옹호하는 행위가 ‘애국’이라는 주장이다. 여기에 건강과 안부를 묻는 짧은 인사말을 버무리고 넥타이도 매지 않는 무방비의 모습으로 지지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구치소에서도 옷을 갈아입지 않으며 조사에 불응한 채 손편지와 변호인을 통한 메시지를 매일 발송하고 있다. 독립운동 투사라도 된 것처럼, 조사는 거부한 채 외부로만 메시지를 연발하는 그의 모습을 떠올리기는 어렵지 않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시종일관 반민주적인 행태를 보였다. 18명을 제외하곤 국회 계엄 해제 의결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십수명의 의원들 외엔 탄핵에도 반대했다.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시 수십명에 이르는 의원들은 한남동 관저에 모여 농성했다. 스크럼을 짜고 성명서를 읽는 그들의 모습은 그리 당당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대통령 옹호자들에겐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메시지로 들렸을 것이다.

윤상현 의원과 김민전 의원의 활약(?)은 눈부실 정도다. 계엄 해제부터 탄핵, 체포에 이르는 한 달 반 남짓한 시간 동안 국민들은 새삼스레 그들의 존재성을 깨달았다. 대통령 주변을 맴돌고 명태균 녹취록 주요 인물 중 하나로만 기억됐던 윤상현은 12·3 사태 후 단박에 국민의힘 대표 주자로 부상했다. 탄핵을 반대하는 거친 막말은 전광훈에게 90도 인사를 올리던 그의 꺾인 허리와 오버랩되며 깊은 인상을 남겼고, 법원 난입 세력에게 ‘조사 후 석방될 것’이라는 문자로 화룡점정을 이뤘다. 초선의원으로서는 발군의 실력이랄까?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에서 이해할 수 없는 메시지를 던지던 김민전 의원은 마침내 ‘백골단’이라는 무시무시한 각본을 꺼내 들었다. 일요일 새벽 법원 난동을 담은 사진 속에는 백골단 헬멧을 쓴 폭도의 모습도 찍혔다.

권성동 대표도 빠뜨릴 수 없다. 시종일관 꿋꿋하게 ‘얼굴을 두껍게 하고 다니라’는 그의 지시를 가장 잘 지킨 사람은 바로 그 자신이었다. 그나마 국민의힘의 건강함을 지키던 김상욱 의원에게 나가라는 공격도 서슴지 않던 그는 실상 한남동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최고의 연기자라고 할 수 있는데, 대통령 체포 소식에 눈물을 보이며 친한 친구였다고 애석해한 것이다. 윤석열이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권력을 사유화한 것이 가장 큰 잘못이었다고 한다면, 그 역시 공사 구분 없이 여당 원내대표라는 권력을 사유화한다는 점에서 분명히 닮았다. 그들은 친구임에 틀림없다!

국민들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 한 달이 넘는 시간 광장에서 혹한을 견뎌야 했던 국민들이 이제 천천히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때 선동이 폭동이 되었다. 대한민국 법질서의 정당성과 효율성을 무너뜨려온 내란 및 동조 세력에 엄중한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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