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조국 겨냥해 “야당 정치인과 형평성 안 맞아”
공식 입장 자제하다 구속 후 ‘물타기성 발언’ 잇따라
국민의힘도 여론전 가세 “이재명에도 똑같은 잣대를”

“야당 대표와 차별”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비상대책위원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되자 사법부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야당 정치인들과의 단순 비교를 통해 사법부의 윤 대통령 구속 결정은 부당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와 반대 집회가 격렬해지는 등 갈등이 위험수위로 치닫는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무책임한 여론 선동에 가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전 4시10분쯤 입장문을 내고 “다른 야권 정치인들과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 결과”라며 “사법부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떨어뜨리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등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지 약 1시간20분 만에, 비교적 신속하게 나온 공식 입장이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12·3 비상계엄 조치를 겨냥, “헌정문란 목적의 폭동인지, 헌정문란을 멈춰 세우기 위한 비상조치인지 결국은 국민이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적었다.
대통령실 입장문은 12·3 비상계엄 사태의 엄중함을 의도적으로 깎아내리는 ‘물타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야권 정치인”들 사례와 단순 비교한 점도 문제로 꼽힌다. 윤 대통령은 경찰의 세 차례 소환조사에 모두 불응한 데다 구속영장 1차 집행 시도도 저지했다. 윤 대통령이 받는 ‘내란 수괴(우두머리)’ 혐의는 최대 사형까지 선고될 수 있는 중죄다.
대통령실은 12·3 비상계엄 조치 자체에 대한 공식 언급을 자제해왔다. 여론전은 윤 대통령 측 변호사들이 전담했다.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정 실장이 공수처와 경찰, 야당을 비판하는 입장문을 냈을 뿐 사법부를 정면 비판한 적은 없었다. 그랬던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 체포를 기점으로 비상계엄 조치를 옹호하고 사법부 판단을 부정하는 윤 대통령 측 선동에 적극 동조하고 나선 것이다.
내란죄 수사에 대한 압박성 여론전의 성격도 짙지만 근본적으로는 대통령실이 사실상 조기 대선을 대비하는 체제로 전환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 구속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가 기대보다 빠르게 진행되자 시선을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로 돌려 여론전을 통해 사법부를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도 “사법부의 공정성과 신뢰성이 땅에 떨어졌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과 비교하며 “이 대표 혐의가 확인되면 똑같이 구속해서 법적 형평성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긴급 비대위 회의에서 “재작년 이 대표의 구속영장 심사 시 법원은 제1야당 대표로서 방어권 보장이 중요하다며 국회의 체포동의가 되었음에도 구속영장을 기각했다”며 “현직 대통령을 구속수사하겠다면 똑같은 잣대가 여당 대표에게도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 대표는 제1야당 대표라 증거인멸 가능성을 단정할 수 없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는데, 직무가 정지돼 사실상 연금 상태에 있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에 대해 국민들께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