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지법 사태 반성 없는 국힘···“경찰이 시위대 진입 유도 의혹” 음모론까지

문광호 기자    민서영 기자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0일 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과 일부 언론이 시민들의 분노한 원인을 살펴보지 않고 폭도라는 낙인부터 찍고 엄벌해야 한다는 으름장을 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난입·폭력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정치 쟁점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도부 중 누구도 난입·폭력 사태에 여당도 책임이 있다는 자성은 하지 않았다.

권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지난 주말 서부지법에서 심히 우려되는 사태가 발생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서부지법 사태에 대해 “일부 시민들이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에 항의하며 경찰과 물리적으로 충돌을 빚고 법원에 들어가 기물을 파손했다”며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폭력을 동원한다면 어떤 명분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서부지법 사태를 일으킨 일부 윤 대통령의 지지자들을 이해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그는 “사법절차 진행 과정의 문제점들에 국민께서 분노하시는 이유들을 저와 우리 당도 너무 잘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민주당과 일부 언론은 시민들이 분노한 원인을 살펴보지 않고 폭도라는 낙인부터 찍고 엄벌해야 한다는 으름장을 놓고 있다”며 “반대하는 목소리의 싹을 자르려는 의도이자 국정 혼란을 조장하고 갈등을 키워 정치적 동력으로 삼으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경찰에 대해서도 “민주노총 앞에서는 한없이 순한 양인 경찰이 시민들에게는 한없이 ‘강약약강’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법원 진입도 안 하고 밖에 있던 시민들까지 절대 풀어주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민주노총 시위대면 진작에 훈방으로 풀어줬을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서부지법 사태를 “사법부 체계를 파괴하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한 것에 대해 날을 세웠다. 권 원내대표는 “대한민국에서 질서와 법치 준수의 반대말이 이재명”이라며 “전과 4범에 12개 혐의, 5개 재판을 받을 만큼 일생을 무질서로 살아온 이 대표가 질서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기만을 넘어 법치에 대한 조롱”이라고 주장했다.

서부지법 사태에 대한 자당의 책임을 거론하는 지도부는 없었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비대위 직후 기자들이 ‘백골단 기자회견 주선 등이 서부지법 사태의 시작이라는 비판이 있다’고 하자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김민전 의원도, 당도 사과했다. 이 시대에 무슨 백골단이 있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의 폭력 선동은 더 심각하다”며 “저희 당도 반성해야 하고 민주당도 반성해야 한다. 국회에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광장으로 내보낸 책임에 대해서 민주당은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상현 의원 징계 여부에 대해서는 “지도부가 판단할 몫”이라며 답을 피했다.

책임 회피를 넘어 음모론까지 제기했다. 당 미디어특위는 이날 성명서에서 “JTBC와 경찰이 시위대의 건물 진입 유도를 모의했다는 의혹도 규명돼야 할 것”이라며 “경찰이 갑자기 시위대가 진입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정문을 지키던 경찰은 청사 안쪽에 진입한 사람들이 정문 셔터를 들어 올리면서 저지선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당내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과 여당이 극우를 선동한 데 대해 반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상욱 의원은 MBC라디오에서 “보수가 지지율을 얻을 수 있다고 해서 극우를 안아선 안 되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계속해서 해왔던 것이 국민들에 대한 선동이다. 그런 선동들, 또 그런 선동들을 이용하려는 정치 집단들이 겹치면서 사회 갈등이 올라와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조경태 의원도 SBS라디오에서 윤상현 의원에 대해 “폭력사태에 대해 훈방할 것이라는 표현 자체가 적절하지 않은 발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9일 오전 2시50분쯤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을 받는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자 윤 대통령 지지자 100여명은 “영장 기각”을 외치며 법원 담장을 넘었다. 이들은 법원 외벽 타일을 깨며 밀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경찰 방패를 빼앗아 법원 유리문을 깨고 경찰을 향해 소화기를 뿌렸다. 전산 서버에 물을 뿌리기도 했다. 청사 안까지 난입한 일부 지지자는 창문에 소화기를 던지는 등 난동을 이어갔다. 일부 지지자들은 건물 내부를 오르내리며 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찾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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