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량 16% 증가에도 물량 부족·조절
소매가격 여전히 평년보다 10% 높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청과물시장에서 지난해 4월 한 시민이 진열된 사과와 배를 바라보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설 연휴를 앞두고 대표적 명절 과일인 사과값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올해 생산량이 늘어 사과값이 안정됐다는 정부의 발표와 달리 지난해 ‘금사과’로 불린 가격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사과(후지·상품) 10㎏ 중도매 평균가격은 8만320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인 8만9780원보다 10.5%(9460원) 떨어진 가격이다. 중도매가격은 중·도매인이 소매상 등에게 판매하는 가격을 뜻한다.
반면 사과 소매가격은 오히려 올랐다. 같은날 사과(후지·상품) 10개 소매가격은 2만7426원으로 1년 전(2만6926원)보다 1.85% 올랐다. 평년(2만4897원)과 비교하면 10.1% 비싼 편이다.
설 연휴 전 사과값이 가장 크게 오른다는 점을 고려해도 비싸다. 지난해 설 연휴 11일을 앞둔 1월29일 사과 소매가격은 2만5823원으로 올해보다 1600원 저렴했다.
현재 사과값은 지난해 정부가 사과값 안정화를 위해 1500억원 규모의 긴급 가격안정자금을 투입하기 전과 비슷하다. 정부는 지난해 3월18일 이 자금을 투입했는데, 당시 사과값(3월15일)은 2만7424원이었다.

지난해 3월27일 안동농협공산물공판장에서 사과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김현수 기자
사과의 중도매가격은 떨어졌지만, 소매가격 변동 폭이 크지 않은 이유는 유통과정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폭등한 배값 안정화를 위해 산지유통센터(APC)에 사과 출하량을 올려달라는 긴급공문을 발송했다. 대체 과일에 속하는 사과 물량을 늘려 차례상 물가를 낮추기 위해서다. 현재 배(신고) 소매가격(10개)은 4만4014원으로 전년보다 37% 폭증했다.
한 산지유통센터 관계자는 “전국 산지유통센터에서 사과 물량을 밀어내다 보니 중도매인 가격은 즉각 반영되고 있다”며 “하지만 소비자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소매가격은 유통업체의 공급량 조절로 낙폭 값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사과 생산량이 2023년보다 늘었지만, 여전히 평년대비 생산량이 낮은 것도 ‘금사과’의 원인이다. 통계청은 지난해 12월 전국 사과 생산량은 46만t으로 2023년(39.4만t) 대비 16.6% 증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평년 생산량(49만t)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대구에 사는 김민희씨(42)는 “비싼 배 대신 사과를 사라는 뉴스를 보고 사과를 사러 갔더니 주먹만 한 사과 한 알에 2000원이 훌쩍 넘어갔다”며 “재작년과 도대체 뭐가 달라진 지 모르겠다”고 했다.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사과 생산비용이 증가한 것도 사과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최근 이상기온 등으로 인한 냉해피해·병해충 등의 방제를 위한 약·비룟값, 인건비 등이 상승해서다.
한 유통센터 관계자는 “사과 생산량이 여전히 부족한 가운데 그간 가격 인상요인이 많았다”며 “한 번 오른 사과값이 다시 내리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