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이 벨라루스에 정상회담 제안? “그런 일 없다”…트럼프 의식했나

정희완 기자

김여정 부부장, 벨라루스 관련 보도 입장

“벨라루스에 정상회담 제안, 그런 일 없다”

트럼프 취임과 맞물려 오인되는 것 의식

2022년 8월10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토론자로 나서 공개 연설을 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2022년 8월10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토론자로 나서 공개 연설을 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20일 북한이 벨라루스 측에 정상회담을 제안했다는 외신 보도 내용을 부인하는 입장을 내놓았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에서 북·미 대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고, 이와 관련한 미국의 대외정책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우리가 협조문제 토의를 위해 민스크(벨라루스의 수도)에 최고위급 상봉을 제안했다는 벨라루스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한 (러시아) 타스통신의 보도에 대해 평가한다면 최소한 내가 알고 있기에는 그러한 일은 없다”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17일 타스통신 보도에 의하면 벨라루스 대통령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을 비롯한 여러 아시아 나라들이 민스크에 협조 문제 토의를 위한 최고위급 상봉을 조직할 것을 제안했다고 언급했다”라며 “하지만 보도문의 문맥을 그대로 이해한다면 벨라루스 측의 요망이 제대로 반영된 것 같지 않다”고 했다. 타스통신의 보도와 달리 북한이 먼저 벨라루스 측에 정상회담을 요구하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김 부부장은 “나는 벨라루스 측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의 최고위급 접촉을 적어도 두해 전부터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는 데 대해 잘 알고 있다”라며 “우리와의 협조적인 관계발전을 희망한다면 자기의 의사를 정확히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사실 여부와 솔직성은 국가 간 쌍무관계에서의 출발점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우리는 벨라루스 측이 이러한 입장으로부터 출발해 우리와의 친선적이고 협조적인 관계발전을 지향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고 기꺼이 환영할 것”이라고 했다.

벨라루스는 대표적인 친러시아 국가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러시아를 적극 지원해왔다. 북한은 이런 벨라루스와 관계 발전을 도모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앞서 지난해 7월 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전문을 보내 양국이 ‘호혜적인 공동계획’을 추진하자며 협력 확대 의지를 밝혔다. 같은 달에 벨라루스 외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해 최선희 외무상과 김덕훈 당시 내각총리 등을 만나기도 했다. 지난해 4월에는 벨라루스 외교차관이 평양을 찾기도 했다.

다만 북한이 이날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 부부장 명의로 입장을 발표한 건 외신 보도 내용을 조속히 진화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에 잘못된 신호를 주지 않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김 부부장의 이날 담화는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을 하루 앞두고 나온 것이기도 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외무성이 아닌 김 부부장이 담화를 낸 것은 정상회담을 원하는 것은 북한이 아니라 벨라루스라는 김 위원장의 의중을 신속히 전달하기 위함으로 보인다”라며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북·미 대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미국의 불필요한 오해를 유발할 수 있는 벨라루스와의 연결을 차단하는 등 당분간 관리 모드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와 관련한 정책을 가시화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북한이 어떤 행동을 하는 것처럼 오인되는 것을 경계하려는 것 같다”라며 “북한이 협력 관계를 러시아에 이어 벨라루스까지 3자 형식으로 확장함으로써 대미 또는 대우크라이나 공세를 펼치려는 모습으로 비치는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그간 주로 한·미·일 관련 문제와 관련한 담화를 내왔던 김 부부장이 외교적 비중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벨라루스 사안을 두고 입장을 발표한 점, 김 부부장의 담화가 약 두 달 만에 등장한 점 등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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