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과천청사 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앞에서 20일 오전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20일 부장·평검사 후보자 최대 8명을 뽑는 인사위원회를 개최했다. 인사위는 후보자들을 추려 의결한 다음 대통령실로 인사제청안을 보낼 예정이다. 하지만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임명재가가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공수처 검사에 대한 임명제청안을 받아놓고도 직무정지가 될 때까지 임명하지 않았다. 공수처 검사들의 인사권을 쥔 대통령실이 조직을 무력화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20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는 이날 인사위를 열어 부장검사와 평검사 후보자를 뽑았다. 앞서 공수처는 부장검사 후보자 3명과 평검사 후보자 5명을 뽑기 위해 인사 공모 절차를 진행했다. 공수처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인력 충원이다. 부장검사에는 검사 출신 인사 등이 지원을 했고 평검사의 경우에는 변호사, 경찰, 군판사, 군검찰 출신 등 다양한 직종 출신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공수처의 부장·평검사 결원은 총 11명이다. 공수처법에 명시된 공수처 검사의 정원은 25명인데 현재 처·차장을 포함한 14명만 재직 중이다. 검사 정원의 44%가 비어 있는 것이다. 재직 중인 검사 가운데 평검사는 10명이고 부장검사는 이대환 수사3부장검사와 차정현 수사4부장검사 등 2명 뿐이다. 공수처 부장검사 직책으로는 수사1·2부, 수사기획관, 인권수사정책관 자리가 있는데 모두 공석이다.
지난 15일 공수처가 윤 대통령을 체포해 첫 조사를 벌였을 무렵 이재승 공수처 차장검사가 조사에 투입된 데에는 인력난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 당일 부장검사들이 체포 현장에 투입되면서 윤 대통령을 곧장 조사할 수 있는 인력이 청사에 없어 이 차장검사가 투입돼야 했다는 것이다. 공수처는 2021년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인력난을 겪고 있다.
인사위는 이날 최종 후보자들을 선정해 인사제청안을 대통령실로 보낼 예정이다. 대통령이 인사위가 추린 후보자들에 대해 임명을 재가해야 하는데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상황이라 최상목 권한대행에게 권한이 넘어간다.
대통령실, 작년 9월 공수처 인사위가 추천한 부장·평검사 3명도 임명 없이 방치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20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인사위가 임명제청안을 보내더라도 최 권한대행이 검사들을 임명할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최 권한대행은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을 선별적으로 임명하는 과정에서도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은 역할이 매우 제한적’이라며 인사권을 비롯한 각종 권한을 소극적으로 행사할 뜻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돼 직무가 정지되기 전에도 신임 공수처 부장·평검사의 임명을 미뤄왔다. 앞서 공수처 인사위원회는 지난해 9월 무렵 검사 출신 김수환 변호사와 평검사 2명 등 검사 3명에 대한 임명제청안을 대통령실로 보냈지만, 윤 대통령은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때까지도 이들을 임명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5개월 가까이 임명되지 못하고 방치돼 있다.
만일 최 대행이 인사위가 의결한 부장·평검사 후보자들을 임명하지 않을 경우 지난해 9월 임명제청된 후보자들만 아니라 새롭게 임명제청되는 후보자들도 임명을 기약없이 기다려야 한다. 법조계에서는 이 경우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되는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과가 나온 이후, 혹은 대통령의 공백이 메워지는 등 권한대행의 역할이 종료되는 시점에야 임명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말도 나온다.
인력 부족은 공수처 수사 역량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공수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법조계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정국에서는 신임 검사들에 대한 임명이 수개월 미뤄질 우려가 있다”며 “이 같은 공수처 검사 임명 지연 행태가 수사기관의 힘을 빼려는 것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인력과 수사력 문제는 직결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