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백배 싸워주길” 김정은, 러 파병군에 신년사

윤기은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새해 인사가 담긴 쪽지.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 크게보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새해 인사가 담긴 쪽지.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갈무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새해 인사가 담긴 쪽지를 소지한 북한 파병군이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발견됐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현지시간) 파란 잉크의 손글씨가 적힌 종이 한 장을 우크라이나군으로부터 받아 공개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마주친 북한 병사로부터 이 쪽지를 입수했다고 설명했다.

WP는 북한 측이 편지를 평양에서 (파병 간) 군인에게 보냈거나, 지휘관이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소리 내어 읽고 그것을 받아적은 것일 수 있다고 전했다.

종이에는 “해외 작전지역에서 군사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영용한 우리 군대 장병, 군관, 병사들!”이라며 “새해 2025년을 맞이하여 동무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보냅니다”고 적혀 있다.

이어 “새해(에)도 강고한 전투 포화로 이어가고 있는 동무들의 헌신과 노고에 무슨 말을 골라 격려하고 감사를 표해야 할지 모르겠소”라며 “동무들이 정말 그립소. 모두가 건강하게 무사히 돌아오기를 내가 계속 빌고 또 빌고 있다는 것을 한순간도 잊지 말아 주시오”라는 메시지가 담겼다.

필자는 “부과된 군사 임무를 승리적으로 결속하는 그날까지 모두가 건강하고 더욱 용기백배하여 싸워주기 바라오”라고 덧붙였다.

편지 마지막에는 ‘김정은 12.31’이라고 적혔다.

북한군은 ‘조국에 대한 노래’ 등 애국심을 고취하는 북한 노래 가사가 적힌 수첩도 소지하고 있었다.

WP는 “북한군이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주머니에 이런 메시지를 지니고 다닌다는 사실은 그들이 러시아군보다 이념적으로 훨씬 더 동기 부여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군 특수부대는 북한군 병사에게서 응급 처치 안내 책자도 입수했다. 표지에 ‘로씨야련방 국방성 군의총국’이라는 출처가 적힌 이 책자는 한글로 자가 지혈법이 안내돼 있었다.

한국어와 러시아어 회화 번역을 한글로 표기한 쪽지도 발견됐다. 쪽지에는 ‘투항하라’ ‘무인기들을 어디서 띄우는가’ ‘지휘관이 누구인가’ 등 의미를 어떻게 러시아어로 발음하는지 기재돼 있다.

이외에도 북한군 병사들이 지니고 있던 문건 중에는 전투 경험을 상세히 기록한 것들도 다수 있었다고 WP는 전했다.

우크라이나군 특수부대를 지원해온 미국인 사업가 아메드 칸이 수집한 북한군 문서 중에는 “실시간 정찰과 무인기 공격이 이뤄지는 현대전에서 전투조를 2~3명의 소규모 편대로 분산하지 못하면, 적의 무인기 공격과 포화로 상당한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적혀 있기도 했다.

문서 내용에 따르면 일부 북한군은 적의 거점과 무인기 발사 장소, 포병 위치 등 중요한 세부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 채 전장에 투입돼 어려움을 겪었다. 항복하려는 우크라이나군 병사를 사살한 행위가 우크라이나군을 자극해 궁극적으로 전쟁을 장기화시킨다고 비판한 내용이 담긴 문서도 있었다고 한다.

WP는 북한군의 문서들을 소개하면서 “전투 경험을 상세히 기록하고, 이를 활용해 신기술에 이해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서방과의 향후 분쟁에 대비해 실질적 전쟁 경험을 쌓을 기회로 (우크라이나 파병을) 여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WP는 쿠르스크에서 최근 북한군이 전장에서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쿠르스크는 지난해 8월 우크라이나군이 진격해 일부를 점령한 러시아 서부 도시로, 양측 군의 격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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