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 쿠팡 배송창고···축구장 3분의2 면적에 에어컨 ‘1대’뿐

조해람 기자
서울 시내 한 쿠팡 물류센터의 모습. 권도현 기자

서울 시내 한 쿠팡 물류센터의 모습. 권도현 기자

매해 여름마다 ‘찜통 노동’이라는 지적을 받는 쿠팡 배송 물류거점에 에어컨이 축구장 3분의2 면적당 1대씩밖에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로부터 받은 ‘서브허브별 냉방장치 및 휴게시설 현황’을 보면, 쿠팡 서브허브에는 에어컨이 평균 면적 4609㎡당 1대씩 설치돼 있었다. 4609㎡는 축구장(평균 약 7140㎡) 면적의 3분의2 정도 넓이다.

쿠팡 서브허브는 쿠팡 택배 배송 담당 자회사인 쿠팡CLS가 운영하는 물류 거점이다. 쿠팡 택배는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의 물류센터에서 각 지역 서브허브로 보내지고, 서브허브에서 다시 지역별 캠프로 옮겨진 뒤 소비자에게 배송된다.

냉방시설이 가장 열악한 서브허브는 남양주2서브허브였다. 이 서브허브는 지하 3층, 지상 3층 규모인데 에어컨이 1대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3서브허브는 지상3층, 지하 2층까지 면적이 축구장 2.5개(1만7773㎡) 크기인데 에어컨은 2대밖에 없었다.

면적당 에어컨이 가장 많은 곳은 제주1서브허브로, 399㎡당 1대씩 총 8대가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지난해 7월18일 일용직 노동자가 심정지로 쓰러져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쿠팡에서 매 여름마다 의식을 잃거나 심정지로 사망하는 사례가 나오면서 작업공간에 냉방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박해철 민주당 의원실 지료를 보면 지난해 7월 42명, 8월 59명이 쿠팡 물류창고나 서브허브·캠프 등에서 일하다 119에 이송됐다. 실신 18명, 어지럼증 13명, 마비 경련 10명 등 온열질환 관련 증상이 많았다.

쿠팡CLS는 이 의원실에 “작업자의 근무 공간 위주로 효율적인 냉방을 위한 다수의 냉방자치를 운영 및 확대 중”이라며 “에어컨 및 이동식 에어컨, 실링팬, 선풍기 등 다수의 냉방장치를 운영하며 작업 공간의 체감온도를 저감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다수의 냉방장치를 운영하고 있다던 쿠팡CLS의 변명이 궁색하게 들린다”라며 “쿠팡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쿠팡CFS 역시 열악한 냉방 문제가 지적되고 있지만 국회 청문회에 냉방장치 설치현황 조차 제출하지 않았다. 두 회사 모두 휴게시간 확대와 냉방장치 확충을 포함해 근본적인 온열질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환노위는 오는 21일 쿠팡 노동자들의 산업안전, 고용·사회보험 미가입,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논란 등을 두고 청문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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