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겼다. 우리는 내일 정오에 우리 나라를 되찾을 것이다.”
미국 제47대 대통령 취임을 하루 앞둔 19일(현지시간) 오후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승리 집회 장소인 워싱턴의 대형 실내 경기장 캐피털 원 아레나에 등장했다. 공식 취임식 전날에 열성 지지자들만을 위한 ‘마가 취임식’을 따로 연 것이다. 입장곡인 ‘갓 블레스 더 유에스에이’가 흐르는 가운데 그가 무대에 오르자 행사장을 가득 메운 2만여 관중은 열광했다.
한 시간가량 진행된 연설에서 그는 2기 행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그는 “워싱턴의 실패하고 부패한 정치 기득권과 행정부의 군림을 끝내겠다”면서 대대적인 ‘조 바이든 정책 지우기’를 예고했다. 그는 “내일부터 나는 미국이 직면한 모든 위기를 고치기 위해 역사적인 속도와 힘으로 행동할 것”이라며 “여러분을 매우 기쁘게 할 많은 행정명령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 첫날 100여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폭스뉴스는 행정명령 내 각종 조치를 합치면 200개 이상의 행정 조치가 발동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누군가 내게 ‘하루에 다 하기보다 몇 주에 걸쳐서 서명하는 게 어떻겠나’ 했지만 나는 신경 끄라고 했다”고도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9일(현지시간) 마가 승리 집회가 진행되는 워싱턴DC의 실내경기장 캐피털원아레나에 입장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중에서도 국경·이민 정책을 최우선 순위로 거론했다. 그는 “내일 저녁 해가 질 무렵에는 우리 국경에 대한 침공이 멈출 것”이라며 “세계에서 가장 공격적이고 광범위한” 국경 보안 조치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대선 후보 시절처럼 이주자들을 ‘범죄자’로 규정한 그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강제추방”을 통해 1950년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의 멕시코계 이민자 130만명 추방 기록을 넘어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십년 동안 역대 미 행정부에서 이어져 온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도 즉시 손보겠다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파괴적이고 분열적인 DEI 의무화를 모든 연방정부와 민간 영역에서 폐지하고, 미국에서 실력주의 제도를 다시 확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방정부 개혁을 언급하면서는 정부효율부 수장을 맡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를 연단 위로 불러내기까지 했다.
관세를 무기로 해외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를 압박하겠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감세와 물가 인하, 임금 상승을 공언한 트럼프 당선인은 “수천 개의 공장을 원래 있어야 할 자리인 미국으로 돌아오게 할 것이고, 관세와 똑똑한 정책을 통해 이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산을 짓고, 미국산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겠다(Build American, Buy American, Hire American)”고 강조했다.
미국 내 에너지 생산 확대와 환경 규제 완화도 언급했다. 그는 “비상권한을 활용해 국가와 기업가 등이 인공지능(AI) 공장을 짓게 할 것”이라고 했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가 자신에게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고도 주장했다. 퇴출 위기에 처했다가 일부 서비스가 복구된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에 대해선 “오늘자로 틱톡이 돌아왔다”고 했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등의 암살에 관한 미공개 기밀 정보도 공개하겠다고 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캐피털원아레나에서 열린 마가 승리 집회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발언하는 모습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켜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당선인은 20일 실내 개최로 변경된 취임식이 생중계되는 이 아레나에 다시 한번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대통령 정식 취임 전 대중 행사 개최는 이례적이지만 처음은 아니다.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틀 전에는 워싱턴에서 팝스타들의 축하 콘서트가 열린 바 있다.
하지만 이날 마가 집회는 트럼프 진영의 2021년 1월6일 의회 폭동에 관한 ‘집단 기억 다시 쓰기’ 시도와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워싱턴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2020년 대선 결과 불복을 부추기면서 미국 민주주의 역사상 최악의 순간으로 기록된 1·6 의사당 난입 사태가 촉발됐지만, 그 주인공이 4년 만에 백악관에 복귀했기 때문이다.
맷 달렉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에 “트럼프는 집회를 통해 ‘내가 왕좌를 되찾았다’며 4년 전의 일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은 “내일 여러분은 1·6 (사태) 인질(피고인)에 대한 내 결정에 매우 행복해할 것”이라며 가담자 사면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