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 3명·수감자 90명 교환…‘눈물·환호’ 터진 가자 휴전 첫날

김서영 기자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이 성사되며 풀려난 여성 인질 도론 스테인브레처(31)가 텔아비브 인근 셰바병원에서 가족과 재회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이 성사되며 풀려난 여성 인질 도론 스테인브레처(31)가 텔아비브 인근 셰바병원에서 가족과 재회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휴전 발효 첫날인 19일(현지시간) 인질 3명과 수감자 90명을 성공적으로 맞교환했다. 이스라엘 인질은 470일 만에 고국으로 돌아갔으며 교전이 멎은 가자지구에서도 주민들의 귀향이 시작됐다. 구호물자가 반입되며 가자지구 재건 작업도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로이터통신·CNN에 따르면 이날 하마스는 이스라엘인 여성 인질 3명을 풀어줬다. 이송을 위해 하마스는 가자시티 알사라야 광장에서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차량에 인질을 넘겨줬으며 인질은 이스라엘 내 병원으로 이송돼 눈물을 흘리며 가족과 재회했다.

풀려난 이들은 로미 고넨(24), 영국·이스라엘 이중국적 에밀리 다마리(28), 루마니아·이스라엘 이중국적 도론 스테인브레처(31) 등 20~30대 여성이다. 직업은 각각 무용수, 동물병원 간호사 등이다. 이들 모두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급습한 2023년 10월7일 노바음악축제에서 납치됐다.

이들이 이스라엘 땅을 밟은 건 470일 만이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시민들이 국방부 앞 광장에 모여 인질이 적십자 차량에 오르는 모습을 생중계로 지켜보며 환호하고 눈물을 흘렸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들이 부모와 만나는 영상을 공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온 나라가 여러분을 환영한다. 집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건강 상태가 양호한 편이지만 당분간 병원에 머물며 심리 검사와 건강 검진을 받을 예정이다.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PFLP) 고위 간부이자 팔레스타인 자치의회 의원을 지낸 칼리다 자라르(62)가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교도소에서 석방됐다. AFP연합뉴스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PFLP) 고위 간부이자 팔레스타인 자치의회 의원을 지낸 칼리다 자라르(62)가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교도소에서 석방됐다. AFP연합뉴스

하마스가 인질을 보낸 이후 약 7시간 만에 이스라엘도 오페르 군사 교도소에서 팔레스타인 수감자 90명을 석방했다. 이스라엘은 “거래의 일환”으로 석방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이스라엘이 석방한 수감자 전원은 여성 또는 미성년자다. 이들을 태운 버스가 서안지구 라말라에 도착하자 축하의 불꽃이 터졌고 주민들이 깃발을 흔들며 환영했다고 CNN은 전했다.

석방된 이들 중에는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PFLP) 고위 간부이자 팔레스타인 자치의회 의원을 지낸 칼리다 자라르(62)가 포함됐다. PELP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내 두 번째로 큰 파벌이며 자라르는 저명한 지도자로 꼽힌다. 이스라엘군은 자라르가 군사적 공격에는 연루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풀어준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지난해 1월 이스라엘군 공습에 숨진 하마스 서열 3위(정치국 부국장) 살레 아루리의 여동생 달랄 카세브(53) 등이 석방됐다.

이날 휴전협정 이행을 시작으로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단계적으로 인질과 수감자를 교환한다. 휴전 1단계에서 하마스는 인질 33명을 석방하고 이스라엘은 인질 1명당 팔레스타인 수감자 30명 이상을 풀어줘야 한다. 이제 인질 30명이 남았으며, 다음 석방 날짜는 오는 25일로 예정돼 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1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가자시티에서 집으로 돌아가며 손가락으로 ‘브이’(V)를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1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가자시티에서 집으로 돌아가며 손가락으로 ‘브이’(V)를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포성이 멎은 가자지구에서는 주민들이 원래 살던 곳으로 귀환하기 시작했다. 파괴된 가자시티 거리가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고 사진을 찍는 이들로 붐볐고, 가재도구를 실은 수레가 도로를 지나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가자시티를 떠났던 한 주민은 “15개월 동안 사막에서 길을 잃었다가 마침내 마실 물을 찾은 것 같다”고 로이터에 소감을 밝혔다. 아메드 아부 아이함(40)은 “우리는 깊은 고통을 겪고 있다. 이제 서로를 껴안고 울 때가 왔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재건 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휴전안에 따라 1단계 기간에는 매일 구호품을 실은 트럭 600대가 가자지구로 들어온다.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 세계식량계획(WFP) 등도 진입해 인도적 지원에 나섰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가자지구 병원 36개 중 절반만이 부분적으로나마 운영되고 있다”며 “감염병이 엄청나게 전파됐고 영양실조가 증가했으며 기근 위험이 이어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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