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 변호인단의 석동현 변호사가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앞 지지 집회 무대에 올라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는 이 전쟁에서 여러분이 전사”라고 발언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김상진TV’ 화면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전쟁’ 운운하며 선동한 윤 대통령 변호인단에게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의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이 수사·재판 변론을 넘어 윤 대통령 지지자들을 자극하고 선동하는 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것이다.
조국혁신당은 20일 “변호를 빙자해 내란을 선동한다”는 이유로 윤 대통령의 변호인인 석동현·윤갑근 변호사를 대한변호사협회(변협)에 징계를 요청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지난 19일 새벽 서울서부지법에서 윤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법원에 난입해 창문·외벽·집기를 부수고 경찰을 폭행했다. 윤 대통령은 뒤늦게 변호인단을 통해 “평화적인 방법으로 의사를 표현해주시길 당부”한다고 전했다.
석 변호사는 지난 1일 대통령 관저 앞에서 열린 윤 대통령 지지 집회 무대에 올라 “지금은 전쟁이다. 체제 전쟁이다.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는 이 전쟁에서 여러분이 전사”라며 “시민들이 저항을 해도 공무집행방해가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7일에도 서울구치소 앞 집회 무대에서 “경찰이나 공수처가 대통령에 대해 반란 행위를 한다”며 “감내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저항권 행사를 해야 한다”고 부추겼다. 실제로 서부지법에 난입한 지지자 상당수가 “국민 저항권 발동” “전쟁이다”라고 외치며 폭력을 행사했다.
변호인단은 대통령 관저 주변 시위대에게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막으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윤 변호사는 1차 체포영장 집행 전날이던 지난 2일 “경찰기동대가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다면 현행범으로 경호처는 물론 시민 누구에게나 체포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석 변호사는 지난 15일 2차 체포영장 집행 당시 유튜브 채널 ‘고성국TV’에서 “사실은 시민들이 관저 문 앞이나 입구에서 (체포된) 대통령 차량이 나가는 걸 막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 같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19일 윤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해 난동을 부리다 경찰 진압이 시작되자 달아나고 있다. 이준헌 기자
변호인단은 극우 유튜버들이 주장하는 ‘부정선거 중국 개입설’을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정에 그대로 옮겨왔다. 조대현 변호사는 지난 16일 2차 변론기일에 “비상계엄 선포는 국내·국외 공산주의 좌익세력이 선거 부정을 획책해 국회 과반수 권력을 탈취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배진한 변호사도 ‘선거연수원에 있던 중국인 99명이 계엄군·미군에 체포돼 미군 부대 조사에서 부정선거를 자백했다’는 인터넷 언론 보도를 거론하며 중국인 선거사무원 명단을 사실조회 신청했다. 하지만 이들이 근거로 든 보도는 이미 가짜뉴스로 판명됐다. 검찰 수사 결과는 물론 국회가 공개한 폐쇄회로(CC)TV를 봐도 계엄군은 연수원 청사 내부에 진입하지 않았다. 선관위는 이날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며 해당 언론사를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상당수가 정치 활동 경험이 있다. 윤 변호사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측근으로 꼽힌다. 황 전 총리가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표를 지낸 2019년 입당해 수차례 총선과 지방선거에 도전했지만 낙선했다. 석 변호사도 2016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후보로 총선에 출마했지만 낙선했고, 지난해 총선 때도 여당 공천을 목표로 출사표를 던졌으나 실패하자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 비례대표 2번으로 출마하기도 했다. 김홍일 변호사는 지난 대선 때 윤석열 캠프에서 활동한 뒤 방송통신위원장을 지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변호인이 변호사 직무의 영역을 벗어나 사실상 정치 활동을 하면서 윤 대통령 지지자를 결집하는 행태를 보였다”며 “이런 상황이면 변협이 징계를 해야 하지 않느냐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19일 윤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해 난동을 부리다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