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사위, 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 현안질의
처장 “시설 피해 규모만 6억~7억원 규모 추정”
민주, 폭동 주동자 내란죄 혐의 적용 가능 주장
국힘, 이재명 구속영장 기각 등 형평성 문제 제기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에서 무거운 표정으로 물을 마시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20일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 관련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에 출석해 “유독 영장판사 방만 의도적으로 파손됐다”며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 내부 상황을 미리 알고 침입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시설 피해 규모는 최대 7억원 정도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폭동 주동자에 내란죄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주장했고, 국민의힘은 법원에 대한 불신이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천 처장은 법사위 현안질의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7층까지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며 “7층 판사실 중에서 유독 영장판사 방만 의도적으로 파손되고, 안에 들어간 흔적이 있는 것으로 봐서는 이 부분에 대해서 알고서 오지 않았나 추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윤 대통령 구속영장을 발부한 차은경 부장판사 사무실 파손 여부에 대해선 “차 부장 방은 7층이 아니라 9층”이라며 “상관이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천 처장은 “정신적인 충격 등의 부분을 빼고 시설의 물적 피해는 현재로서는 6억 내지 7억원 정도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법원행정처는 외벽 마감재, 유리창, 셔터, 폐쇄회로(CC)TV, 컴퓨터 모니터 등이 파손됐다고 법사위에 보고하며 난동 사태 가담자 전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천 처장은 이날 진행된 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 관련 대법관 회의에서 “헌법기관 전체에 대한 부정행위일 수 있어서 굉장히 심각한 사안으로 봐야 한다는 말씀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법원 재판에 대한 테러 시도는 법치주의 전면 부정”이라고 강조했다. 배형원 법원행정처 차장도 ‘이번 사태가 폭동이 맞느냐’는 질의에 “맞다”고 답했다.
여야는 이번 폭력 사태 원인과 대응 방안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에 대해 내란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형법 87조를 근거로 들며 “법원의 권능 행사를 강압으로 불가능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내란”이라고 주장했다.
여권 일부 인사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을 선동했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전두환도 대한민국 법원에 들어가지 않았는데 이번 난입은 폭동”이라며 “이를 선동한 자가 바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라고 말했다. 경찰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밝힌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겨냥해서도 “도대체 이게 대한민국 여당의 원내대표가 할 소리인가”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2023년 9월 이재명 민주당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사례를 언급하며 법원에 대한 불신이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조배숙 의원은 “현직 대통령을 이런 상황에서 구속하는 것이 조금 과하지 않나”라며 “많은 사람이 공정성에 의심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태 의원도 “과연 법리 적용의 형평성이 있느냐는 상식적인 의문을 품는 국민이 많고 이에 대해 어떤 불만이 누적돼 있다”고 밝혔다.
법원의 준비 부족을 탓하는 발언도 나왔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서부지법 위치가 이런 소요 사태와 시위에 굉장히 취약하다”며 “법원에서 이런 일이 있을 것에 대해선 충분히 예견하고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 했다”고 말했다. 배 차장은 “사안의 심각성을 판단해서 대법원에 소속된 인원과 서울고등법원에 소속된 인원을 추가로 서부지법에 파견해서 보안 관리대원을 증설하고 위반 사태에 대비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