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가 지난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개혁신당 창당 1주년인 20일 허은아 대표에 대한 당원 소환을 두고 당직자들이 몸싸움을 벌이는 등 내홍이 물리적 충돌로 번졌다. 허 대표 측은 고소·고발을 예고했고, 이준석 의원 측은 지도부 총사퇴를 주장했다. 허 대표와 이 의원 간 내홍이 최고조에 다다른 모습이다.
이준석 의원 측인 천하람 원내대표와 이주영 의원, 이기인·전성균 최고위원, 김철근 전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무총장과 이주영 정책위의장 해임 무효와 최고위원회 정상화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회견을 마친 뒤 허 대표와 조대원 최고위원의 사퇴를 요구하는 당원소환제 요청서와 임시전당대회 소집요구서 각 1만6000여장이 담긴 상자를 손수레에 싣고 최고위원회의장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허 대표 측 당직자들이 막아서며 고성이 오가고 몸싸움이 벌어졌다. 허 대표 측 정국진 선임대변인은 “(손수레는 두고) 사람만 들어가라”고 말했고 이기인 최고위원은 “최고위원이 들어가겠다는데 출입을 막을 근거가 없다. 업무방해”라고 맞받았다. 회의장 안에 있던 허 대표가 출입을 허용하면서 사태는 일단락 됐지만, 회의가 시작된 후에도 날선 발언들이 오갔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에 대한 당원소환제 요청서를 두고 개혁신당 당직자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개혁신당 대표실 제공
천 원내대표는 “최고위 구성원들이 당원의 총의가 담긴 요청서를 가지고 최고위원장에 입장하려는데 당 대표 측근이라는 분들이 물리력으로 저지한 것은 굉장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전성균 최고위원은 “오늘 아침 리얼미터 여론조사 당 지지율은 1.9%였다. 1.9%면 사형선고”라며 “당 지도부는 총사퇴하고 임시전당대회와 당원소환제가 요청됐으면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당헌·당규상 당원소환제는 당무감사위원회에 청구하게 돼있다”며 절차상 문제를 제기했다. 허 대표는 이어 천 원내대표와 이기인·전성균 최고위원이 퇴장한 상태에서 당무감사위원회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최고위를 마치고 당원 서명을 대표 청구한 이경선 서울시당위원장이 서류를 가지고 가려하자 허 대표 측 당직자들이 이를 막으면서 몸싸움이 재차 벌어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양측 간 “증거인멸이다” “국어 실력도 안 되는 애가 왜 대변인이냐” 등 고성이 오갔다.
허 대표는 이날 오후 창당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전 상황에 대해 “당무감사위원회에 청구하지 않고 (당원소환 요청서를) 당대표에게 직접 보여주는 건 보여주기 쇼였다는 생각이 든다”며 “(서류를) 회수하려고 돌아오려던 상황에서 (이 의원 측이) 폭력을 행사해서 당대표 보좌역이 현재 병원에 입원해있다”고 밝혔다. 허 대표 측은 이 의원 측 당직자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상해 혐의로 고소했다고 전했다.
일본 출장 중인 이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2만여명의 당비 내는 으뜸당원 중 (당원소환제에 동의한 당원이) 75% 가까운 수치이니 당원들의 의사는 충분히 확인됐고 이제 절차를 막으려고 물리력으로 저지하는 모습까지 나온다”며 “그냥 절차대로 가면 안 될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최근 정치적 상황에서 배운 걸까”라고 비판했다.
몸싸움과 고소전으로 얼룩진 1주년에도 허 대표는 2기 지도부의 성과를 강조했다. 그는 “우리 당원 수도 원래 3만5000명 수준에서 2기 지도부까지 7만7000명 정도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그것도 하나의 성과”라며 “10만명을 목표로 삼았는데 1월이니까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해보겠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또 이 의원의 국민의힘 당대표 시절 징계 사건을 언급하며 “제가 그때와 만약 똑같은 모습으로 끌어내려진다면 이준석에게도 그다지 좋지 않은 것이라고 판단한다”며 “내가 가장이고 당 지켜야 하는 책임자로서 해야 할 일, 대한민국 정당사의 대안이 될 수 있는 희망을 보여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이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개혁신당의 내홍이 장기화하며 조기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려던 이 의원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선 전 당을 정비할 물리적 시간이 부족한 데다 당의 대주주를 자처하던 이 의원이 ‘상왕 정치’ 논란에 휩싸이며 당을 하나로 이끌지 못한다는 지적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