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우 시위대가 지난 19일 대통령 윤셕열의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해 난동을 부리다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대법관들이 20일 조희대 대법원장 주재로 긴급 회의를 열고 대통령 윤석열 지지자들의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와 관련해 “법관 개인에 대한, 재판에 대한 테러 행위 시도는 법치주의에 대한 전면 부정일 뿐 아니라 사법부, 국회, 정부 등 모든 헌법기관 자체에 대한 부정행위일 수 있다”며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극단적인 행위가 일상화될 경우 우리나라가 존립할 수 없다”고 강하게 우려를 표했다. 대법관들이 긴급 회의를 열어 입장을 낸 것은 유례가 드문 것으로, 그만큼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 사태는 민주주의 최후 보루인 법원이 테러를 당한 초유의 사건이다. 설혹 법원 판단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판결에 승복하는 것이 사회를 지탱하는 기본 원리다. 그간 한국 사회에서 시위가 과격해지는 경우에도 법원이 습격받지 않았던 건 모든 사람이 판결을 수긍해서가 아니다. 사법부에 대한 테러는 법치주의에 대한 테러요, 국가의 근간인 헌정질서 자체에 대한 테러라는 암묵적 인식이 공유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석열 지지자들의 이번 폭동은 국가가 존립하기 위해 공동체 구성원이 지켜야 할 규범의 최저선을 참혹하게 무너뜨렸다. 폭도들이 난입한 서울서부지법에 국가는 없었다. 헌정질서에 대한 정면 도전이요, 국가시스템을 전면 부정하는 반체제적 범죄로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게 내란이 아니면 무엇인가.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이 보인 법치 무시 행태, 윤석열 지지자들의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은 평소 체제 수호를 부르짖던 이들이 체제의 가장 큰 위험요인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특히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는 사적 폭력에 의해 국가 법치질서가 조직적으로 부정되었다는 점에서 사회구성원 모두가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국가가 기능을 상실하는 무정부 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
경찰은 지난 주말 서울서부지법과 헌법재판소 등지에서 90명을 체포해 66명의 구속영장을 신청 중이라고 밝혔는데, 당연한 조치다. 검찰과 경찰은 헌정질서를 수호한다는 비상한 각오로 배후자·선동자·방조자까지 철저히 수사해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부터 유사 범죄에 무관용 원칙을 천명하고 강력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폭도들이 서울서부지법을 유린한 건 사법절차에 영향을 주려는 겁박의 의도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 굴복하는 건 이들의 난동을 정당화하고 방조하는 것밖에 안 된다. 윤석열 탄핵심판을 진행 중인 헌재도, 형사재판을 담당할 법원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단호하게 판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