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취임식 찾은 재계

김범석, 비공개 리셉션 참석
정용진, 유력 인사 개별 만남
대미 창구 우회로 ‘인맥 경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초대받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사진 왼쪽)과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오른쪽)의 광폭 행보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20일 재계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위해 지난 17~19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도착한 국내 기업인들은 미국 정·재계 인사 또는 트럼프 2기 내각 관계자들을 만나고 있다.
신호탄을 쏜 인물은 쿠팡 창업자 김 의장이다. 김 의장은 지난 18일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주최한 비공개 리셉션에 참석해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 지명자,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지명자,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 지명자 등 트럼프 2기 행정부 차기 내각 인사들과 일대일로 만났다. 리셉션 참석자 중 한국 관련 기업인은 김 의장이 유일했다.
신세계 정 회장도 트럼프 주니어를 통해 트럼프 2기 행정부 유력 인사들과 개별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지난 17일 뉴욕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미국이라는 큰 시장에 다양한 창구가 만들어지는 것이 중요한 만큼 빨리 대미 창구가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취임식 후 열리는 200년 전통의 무도회에서도 두 사람은 민간외교를 이어간다. 소수의 국내외 VIP 인사들만 참석하는 대통령 취임 기념 무도회는 사령관 무도회와 자유의 취임 무도회, 스타라이트 무도회 등 3개로 나뉜다. 정 회장과 김 의장은 취임식 후 세계 유력 정·재계 인사들이 모이는 스타라이트 무도회에 참석한다. 5000여명이 함께하는 스타라이트 무도회는 트럼프 일가와 친분이 있는 인물들이 초청받는 사교 모임 성격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두 사람에게 이목이 집중되는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최근 정 회장이 쿠팡에 맞서 중국 알리바바그룹과 합작법인을 공식 선언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2021년 G마켓을 3조4000억원에 인수하며 신세계그룹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에 나섰지만 적자를 면치 못했고, 쿠팡과 네이버를 이겨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신세계가 중국 알리바바의 위해성·개인정보 유출 등 이슈에도 알리바바와 함께 쿠팡과의 격돌을 예고한 만큼 글로벌 경제·산업 인맥 쌓기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는 “불안정한 정국에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대미 창구가 사실상 단절된 만큼 기업인들의 민간 부문 소통은 의미가 크다”며 “특히 올해 e커머스 시장 대격전을 예고한 신세계 정 회장과 쿠팡 김 의장 간 글로벌 인맥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