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체포영장 집행 때 “총 쏠 수 없나” 묻자 경호차장 “알겠습니다” 대답

전현진 기자

특수단, 경호처 진술 확보…지휘부 ‘비화폰 기록 삭제’ 지시도

윤 측 “사실무근” 반박…경호처 불응, 안가 압수수색 또 불발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경호처 부장들과 식사하면서 체포영장 집행 때 ‘총을 쏠 수 없냐’고 묻자 김성훈 경호차장이 ‘알겠다’고 답했다는 관련자 진술을 경찰이 확보했다. 경찰은 이날 대통령 안가와 대통령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불발됐다.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은 20일 윤 대통령과 김 차장 사이에 총기 사용 관련 대화가 오갔다는 경호처 관계자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지난 10일 경호처 부장단과 함께 점심을 먹으며 “총을 쏠 수는 없냐”고 묻자 김 차장이 “네.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지난 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이 경호처 저지로 한 차례 무산된 후 윤 대통령이 ‘총기 사용’ 가능성을 타진하며 강경한 대응을 주문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도 체포영장 집행을 막은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당해 추가 입건된 상태다.

경호처 내 강경파가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도 포착했다. 특수단은 김 차장이 경호처가 관리하는 ‘비화폰’ 서버 기록을 “대통령 지시”라며 삭제하라고 시켰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담당자가 불응해 서버 기록이 실제로 삭제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비화폰은 녹음이나 통화 기록이 따로 남지 않고 경호처가 관리하는 서버에만 기록이 남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서버에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사태 전후로 군경 지휘부 등과 통화한 내역이 담겨 있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대통령은 비화폰 기록 삭제를 지시한 사실이 없고, 김 차장에 대한 조사에서 이와 관련된 질문이 언급되지 않았다”며 “총기 사용 검토 지시 역시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김 차장 변호인도 “김 차장은 대통령으로부터 총기 사용 검토를 지시받은 바 없으며, 검토를 한 바도 없다”면서 “삼청동 안가 CCTV 영상자료 삭제 지시를 내린 바 없으며, 지시를 내릴 위치에도 있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특수단은 이날 윤 대통령의 ‘삼청동 안가’의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확인하기 위해 안가와 경호처에 대해 다시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경호처가 불허해 실패했다. 지난달 경호처는 ‘군사·공무상 비밀’에 대한 형사소송법 규정을 이유로 안가 CCTV 압수수색에 나선 특수단에 압수수색을 불허했다.

김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 김신 가족부장 등 이른바 경호처 내 ‘강경파’ 인사들은 경찰 특수단에 조사를 받으러 출석하면서 본인의 휴대전화를 가져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임의제출을 요구하거나 압수수색할 것에 대비한 조치로 풀이된다.

김 차장과 이 본부장 등 경찰이 구속을 시도했으나 실패해 풀려난 경호처 지휘부는 업무에 복귀했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19일 경찰이 신청한 김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반려했다.

특수단은 영장 재신청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이 경호본부장도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검찰이 반려하면서 석방됐다.

강경파 지휘부가 석방돼 업무에 복귀하면서 경호처 직원들 사이에선 불안감이 고조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은 이날 현직 경호처 직원 A씨로부터 받았다는 메시지를 공개했다. A씨는 “대다수 직원은 김 차장과 이 본부장 복귀에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며 “거의 모든 부서와 담당자들이 증거인멸을 포함한 부당한 지시를 거부한 상황으로, 어떤 보복 조치가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호처의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그들의 직위 해제를 강력히 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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