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 - 오차 범위 밖 앞선 국민의힘 지지율, 왜

최근 조사에선 ‘정권 연장’이 ‘정권 교체’에 2%P 앞서기까지
강성층 적극 응답…“여론 우위 점해야 탄핵서 유리하다 믿어”
지지율 착시로 민심 ‘오판’…전문가 “여당에 오히려 독 될 것”
국민의힘 정당지지도가 한국갤럽, 리얼미터, 전국지표조사(NBS) 등 3대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정당지지도를 역전했다. 정권 연장 응답이 정권 교체보다 많다는 결과도 처음으로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강성 지지층을 향해 ‘탄핵심판은 곧 여론전’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지지층이 여론조사에 적극 응답하면서 국민의힘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결국 중도층 지지를 얻어야 하는 대선에서는 보수 결집이 여당에 독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6~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해 20일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도는 46.5%, 민주당은 39.0%로 집계됐다. 일주일 전 조사와 비교해 국민의힘은 5.7%포인트 상승했고, 민주당은 3.2%포인트 하락했다.
이날 결과로 3대 여론조사 기관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 지지율을 모두 앞섰다.
갤럽 1월 3주(14~16일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도는 39%, 민주당은 36%를 기록했다. NBS 1월 3주(13~15일 조사)에선 국민의힘 35%, 민주당 33%였다.
리얼미터가 차기 대선 집권세력 선호도를 물은 결과, ‘집권 여당의 정권 연장’(48.6%)이 ‘야권에 의한 정권 교체’(46.2%)를 역전하는 결과도 처음 나왔다. 지난해 리얼미터 12월 4주 조사에서 ‘야권 정권교체론’은 60.3%로 ‘집권 여당의 정권 연장’(32.3%)에 비해 2배가량으로 우세했으나 이날 뒤집힌 것이다.

고무된 국민의힘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parkyu@kyunghyang.com
이 같은 수치는 보수 결집의 결과로 풀이된다. 보수층이 여론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하고 있는 점이 최근 국민의힘 지지도 상승세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리얼미터 조사의 이념성향별 사례 수를 비교해본 결과, 12월 3주차 조사에서 보수 응답자는 293명, 진보는 291명이었다. 이날 조사에서 보수 응답자는 371명, 진보 226명이었다. 한 달 전에 비해 보수 응답자는 78명 증가하고, 진보 응답자는 65명 감소했다.
보수층의 적극 응답 현상의 배경에는 윤 대통령이 강성 지지층을 대상으로 ‘탄핵심판은 곧 여론전’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SBS 라디오에 나와 “윤 대통령 측은 여론에서 우위를 점해야 수사든 탄핵심판이든 유리한 결과를 얻어낸다 믿고 있는 거 아니냐, 그러니까 (여론조사에 적극 응하라고) 계속 독려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층이 ‘분열은 곧 궤멸’이라는 학습효과를 얻었다는 분석도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 윤 대통령 탄핵 사유 중 내란죄 삭제 논란 등 민주당의 대처가 보수 결집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고민되는 민주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제상황판을 보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parkyu@kyunghyang.com
결국 최근 여론조사 결과들은 국민의힘이 강경 지지층에 잠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보수층 내에서 이른바 태극기로 대표되는 극우 스펙트럼의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는 해석 말고는 (이러한 보수 지지층 상승세를) 설명할 길이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지도부가 현재 여론조사 결과를 ‘오독’한다면 오는 대선에서 중도를 놓치는 ‘오판’을 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선 여론조사 전문가는 “태극기가 통했다고 보고 지금과 같은 식으로 가게 되면 ‘백골단2’가 나오고 (강경 일변도로 가게 되는데) 나중에 선거 국면에서 갑자기 (중도로) 차선을 변경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