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부겸 전 총리가 27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에 지지율을 추격당한 현상과 관련해 “탄핵 이후 여유 있게 국정을 리드하지 못한데 대한 실망감이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보수 지지층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집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여당이 ‘탄핵의 강’을 건너지 않고는 국민들의 용서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총리는 지난 20일 사단법인 한반도평화경제포럼이 주최한 영화 ‘하얼빈’ 상영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최근의 여야 지지율 추세와 관련해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민주당의 지지율이 국민의힘에 역전당한 문제를 두고는 “민주당이 탄핵 소추 이후 조금 여유 있게 국정을 리드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실망감이 있는 것 같다”라며 “‘윤석열 정권처럼 서두르고, 국민 생각 안 하고 자기 고집대로 하는 것’이라는 실망감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특히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 문제 등을 거론하며 “내가 한 총리 탄핵 반대했다가 얼마나 당했나. 한 총리 정도면 얼마든지 밀당을 할 수 있었던 관계였는데, (탄핵에 이르니) 국민들이 쓸쓸해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전 총리는 여당의 지지율 상승세를 두고는 “보수 지지층들이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집결하고 (여당) 의원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여당은 탄핵의 강을 건너지 않고는 국민들이 용서를 안 할 것”이라며 “자신들이 지난번처럼 일패도지 하는 상황을 바라지 않겠지만, 계속 탄핵을 반대한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합의해 온 민주주의와 법치 이런 것들을 짓밟아도 좋다는 것이라 얘기가 안 된다”고 말했다.
개헌 문제와 관련해서는 여야의 여러 상황에도 불구하고 토론은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총리는 “제왕적 대통령제는 유신헌법의 잔재”라며 “전 세계에 대통령이 계엄해서 헌법 기관을 정지시킬 수 있는 헌법은 우리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적어도 다음 지방선거 때에는 개헌안을 확정하고, 그 적용 시점을 차기 대통령이 아닌 차차기 대통령 때로 정하는 방식의 합의가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개헌의 방향과 관련해서는 “핵심은 4년 중임이 아니라 대통령 권력을 분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개헌을 통해 해야 될 것이 많다”라며 권력구조 개편과 감사원, 예산권에 관한 부분, 또 선거구제 개편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헌과 같은 제도 개혁 이외에 인물의 문제도 강조했다. 김 전 총리는 “(차기 대통령에선) DJ 같은 리더십이 나와야 한다”라며 “IMF라는 국가 위기를 DJP 연합을 통해 해결했지 않았나. 보수와 진보가 연합해 국난을 극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전 총리는 다만 차기 대선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그는 “조금씩 이야기를 할 때가 오지 않을까”라며 “내 스스로의 준비 상황과 객관적인 조건들을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 역할이 있다고 판단했을 때 하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