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이 탑승한 법무부 호송차량이 21일 탄핵심판 세 번째 변론이 열리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도착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탄핵심판 변론에 직접 출석한 21일 헌법재판소 앞은 하루 종일 긴장감이 고조됐다. 헌재 주변 북촌로 거리는 경찰과 윤 대통령 지지자가 운집했다. 경찰 기동대 버스와 기동대원으로 가득찼다. 경찰은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접근을 원천 차단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그가 탄 법무부 호송 차량이 헌재로 들어오는 모습을 보면서 “파이팅”이라고 외쳤다.
경찰은 이날 오전부터 헌재 주변을 경찰 기동대 버스를 이용해 겹겹이 둘러쌌다. 기동대원 약 4000명이 동원돼 헌재 주변을 에워쌌다. 헌재 정문 주변 약 100m 지점부터는 헌재 직원이나 취재진을 제외한 사람들의 출입이 차단됐다. 헌재 직원이나 취재진도 들어가려면 신분증 확인을 거쳐야 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정오쯤부터 헌재가 있는 지하철 3호선 안국역 인근에 모였다. 헌재로 향하는 안국역 2·3번 출입구는 경찰이 통제했다. 이들은 안국역 4번 출구 쪽으로 빠져나가 어떻게든 헌재로 접근하려고 시도했다. 안국역 일대에 모인 지지자들은 수백명 규모로 보였지만, 차벽으로 통제돼 헌재 근처로는 다가갈 수 없었다. 지역 주민 등 시민들은 길을 돌아가야 했다.
윤 대통령이 도착하자 분위기는 한층 격앙됐다. 오후 1시 11분쯤 윤 대통령이 탄 호송차와 대통령경호처 차량이 빠른 속도로 헌재 정문을 통과해 안으로 들어갔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경찰 기동대 버스에 시야가 가로막힌 바람에 뒤늦게 봤고, 한발 늦게 환호했다. “윤석열 파이팅!”이라는 함성이 나왔다. 지난 18일 윤 대통령이 서울서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도착했을 때 지지자들이 호송차를 직접 에워쌌지만 이날은 그런 장면이 연출될 수 없었다.
윤 대통령이 헌재에 진입한 뒤에도 주변의 소란은 커졌다. 한 남성은 경찰 제지를 피해 헌재 정문 인근으로 들어오더니 취재 중이던 방송사 기자에게 “너 어느 나라 사람이야? 북한으로 가!”라고 시비를 걸다가 경찰에 의해 쫓겨났다. 한 중년 여성은 경찰을 폭행해 현장에서 체포됐다.
헌재에서 오후 2시부터 시작된 변론은 오후 3시43분 끝났다. 경찰은 변론이 끝나자 질서유지선을 정비하면서 다시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1시간가량 지난 뒤 윤 대통령이 곧 헌재를 떠날 것이란 소식이 전해졌다. 안국역 인근에 모여 있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다시 들썩이기 시작했다. “선관위 해체!” “이재명 구속” 등을 외치던 이들은 윤 대통령이 나올 때 들으라는 듯 “윤석열 대통령”을 연호했고, 태극기를 흔들며 축구 경기 응원에 많이 사용되는 나팔인 ‘부부젤라’를 부는 사람도 있었다.
경찰 기동대는 지지자들이 흥분하는 양상을 보이자 방패를 들고 대비했다. 오후 4시 43분쯤 윤 대통령이 탄 호송차가 헌재 밖으로 빠르게 빠져나왔다. 경호처 차량과 직원들이 호송차를 경호했다. 호송차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경찰도 한시름 놓은 듯 차례대로 헌재 주변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도 애국가를 부르거나 “대한민국 만세”를 단체로 외치며 흩어지기 시작했다.
이날로 세번째 변론을 진행한 헌재는 앞으로 5차례의 변론기일을 이미 지정했다. 윤 대통령은 가급적 모든 변론에 직접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매번 변론이 열릴 때마다 헌재 주변에선 비슷한 풍경이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