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와 관련해 19일 서울 서부지방법원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서부지방법원 모습. 문재원 기자
‘반공청년단’이라는 극우단체가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일으킨 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를 ‘민주화운동’으로 주장하고 나서면서 비난이 확산되고 있다. 반공청년단은 지난 20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언급하기도 했다. 1980년 5월 당시 광주에서 신군부와 계엄군에 목숨을 걸고 맞섰던 당사자들은 21일 황당하다면서 “이렇게 언급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반공청년단은 전날 입장문에서 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를 ‘1·19 민주화운동’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매년 5월 18일 여야가 한마음 한뜻으로 광주로 내려가 주먹밥을 나누며 민주화 정신을 기리는 나라”라며 “민주화 유공자로 혜택을 받아 국회의원에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5·18 정신을 헌법에 수록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온 국민의힘 의원들께서는 이번 운동에 참여한 아들딸뻘 되는 청년들을 당신들의 자식처럼 지켜주시길 요청드린다”고 했다. 이번 사태를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비교하고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45년전 광주를 지켰던 이들은 반공청년단이 법원 난입 사태를 민주화운동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언어도단이자 어불성설이라고 비난했다. 당시 소년병으로 도청을 지켰던 이덕준씨(62)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5·18은 계엄에 반대하는 국민 저항운동인데, 계엄을 내린 윤 대통령을 지지하고 계엄을 찬성하는 이들의 운동이 민주화운동이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개념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5·18 당시 귀가 중 계엄군에게 습격을 당했던 홍금숙씨(62)는 “윤 대통령 한 사람을 지지하는 세력과 살아남기 위해서 민주항쟁을 했던 광주시민을 비교할 수 있냐”며 “당시 계엄군에게 피해를 본 사람으로서 억울하다”고 말했다.
전남도청에서 계엄군에 의해 희생된 이들의 시신을 수습하는 일을 했던 오기철씨(62)는 “5·18 당시에는 법을 지켜가며 항쟁을 했지, 무질서하게 폭력을 행사한 바가 없다”며 “민간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최대한 조심했고, 관공서를 부수는 일 따위는 없었다”고 말했다. 오씨는 “자신들이 불법행위를 해놓고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황당할 따름”이라며 “애초에 정치권에서 이런 말이 나오지 않게 미리 막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경찰은 5·18 당시 현장 경찰관 증언과 치안기록을 분석해 2017년 발표한 공식보고서에서 “5·18 직전 광주 시내가 학생 시위로 무질서했다는 신군부 주장과 달리 치안은 안정적이었다”며 “경찰 장갑차 피탈은 조작됐으며 계엄군 철수 이후 광주에 범죄가 판쳤다는 설도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5·18 당시 광주MBC가 계엄군의 발포로 시민이 사망했음에도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허위 보도를 내보내자 분노한 시민들이 몰려가 불을 지른 혐의로 처벌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법원은 1998년, 2021년 재심에서 “비상계엄 확대 선포는 헌정 질서를 파괴한 범죄이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한 행위는 정당행위”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광주MBC는 “당시 언론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최치수 5·18민중항쟁고등학생동지회장은 “왜곡된 발언을 하게끔 부화뇌동한 일부 기독교 세력, 정치권 등이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냐”며 “왜 5·18 시민들, 전 국민이 상처를 받도록 부추기는 것인지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