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내일 청문회 증인 출석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자정을 넘긴 2024년 12월4일 새벽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서 무장군인들이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내란 국조특위)가 21일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군사기밀수사실장에게 B1 벙커(육군 수도방위사령부 문서고)를 특정하며 50여명 구금이 가능한지 확인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주요 정치인 14명을 체포·구금하려 했다는 의혹이 앞서 제기됐는데 구금 대상 규모가 당초 알려진 것보다 많다는 것이다.
내란 국조특위는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과 결심지원실, 계엄상황실, 수도방위사령부 문서고 등에 대한 1차 현장조사를 마친 뒤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내란 국조특위 야당 간사인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B1 벙커에서 주요 정치인을 구금하려고 시도했던 공간을 확인했다”며 계엄 당일인 2024년 12월3일 오후 11시 30분쯤 여 전 사령관이 군 관계자에게 이런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의 검찰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체포·구금을 지시했던 주요 인사가 14명으로 적시돼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민주당 대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 정청래 민주당 의원,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등이다. 한 의원은 “실제 검토됐던 인원은 그보다 훨씬 더 많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여당 간사인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도 “(체포·구금을 위해) 실제 불러준 명단은 14명이었지만 B1 벙커의 최대 수용 가능한 인원이 50여명 정도로 보고가 되고 (여 전 사령관과 군 관계자가) 서로 연락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왜 여 전 사령관이 50여명을 특정했는지 그 근거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며 여 전 사령관이 오는 22일 청문회에 참석해 사실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B1 벙커는 구금 시설로 부적합해 구금 장소로 최종 결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한 의원은 “여 전 사령관과 통화한 직후 군사기밀수사실장이 B1 벙커 현장을 확인하고 구금시설로 적당하지 않은, 인권이 전혀 보장되지 않은 장소라고 판단해 보고했다”고 말했다. 특위 위원인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현장을 방문한 뒤 “혹시 핸드폰을 가지고 들어갔다 하더라도 전혀 소용없는 곳이었다”며 “구금 시설이 많은데 B1 벙커는 완벽한 단절을 이루는 곳이다. 그 (장소 선택) 목적이 무엇인가 정말 궁금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합참 지휘통제실은 녹화 시설을 갖췄지만 비상계엄 당시에는 군 관계자들이 녹화를 작동시키지 않아 녹화 자료는 없었다고 한 의원은 전했다. 또 수도방위사령부와 특전사령부의 병력이 이동할 때 합참에 보고하도록 돼 있으나, 비상계엄 당시에는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 의원은 말했다.
윤 대통령이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직후인 지난해 12월4일 오전 1시 16분~47분 군 관계자들이 모여 있던 결심지원실을 찾았다고 한 의원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결심지원실을 29분여 동안 머물다가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퇴장했다고 한다. 백 의원은 “계엄 해제 후에도 상황이 종료되지 않았다”며 “(4일) 새벽 3시가 넘어서야 육군참모총장이 와서 수고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내란 국조특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을 향해 오는 22일 열리는 1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국회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법적,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라고 공언한 것은 다름 아닌 윤석열씨 본인”이라며 “국정조사에 출석해 그 책임을 다하길 바란다. 불출석 사유서도 내지 않고 불출석하면 현행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은 계엄을 옹호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면서도 “비상계엄 국정조사 같은 경우 야당의 일방적 증인 채택으로 저희가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아 협의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