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연합뉴스
탄핵 정국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국민의힘에 역전당하는 현상이 나타나자 당의 자성을 요구하는 ‘비이재명(비명)계’와 대안 주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힘을 받았던 이재명 대표 체제가 허점을 노출하면서, 비명계 주자들이 존재감을 확보할 수 있는 공간이 열린 것으로 분석된다.
임종석 전 문재인 정부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 대표 체제의 강경 일변도와 당내 민주주의 실종을 비판했다. 임 전 실장은 2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원인이 상대에게 있다고 해도, 일상이 돼버린 적대와 싸움의 정치는 안타깝다”며 최근 당의 지지율 하락을 불러온 대여 강경 대응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원칙을 소홀히 하고, 자신의 위치를 먼저 탐하고, 태도와 언어에 부주의한 사람들이 지지자들의 박수를 받는 게 불편하다”며 “모질고 독한 표현을 골라 함부로 하는 말은 무엇을 위함이고 누구에게 잘 보이려는 것인가”라고도 반문했다. 강성 당원들에 편승하는 당내 인사들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 체제에 대한 직언도 내놨다. 임 전 실장은 “대화와 타협을 가볍게 여기고 이 대표 한 사람만 바라보며 당내 민주주의가 숨을 죽인 지금의 민주당은 과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가”라며 “상대의 실수에 얹혀 하는 일은 지속하기가 어렵다. 성찰이 없는 일은 어떻게든 값을 치르게 된다. 그게 두렵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잠재적 대권주자로 꼽히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최근의 지지율 역전을 두고 당에 대한 대중들의 실망감이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총리는 지난 20일 사단법인 한반도평화경제포럼이 주최한 영화 상영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탄핵 소추 이후 조금 여유 있게 국정을 리드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실망감이 있는 것 같다”라며 “‘윤석열 정권처럼 서두르고, 국민 생각 안 하고 자기 고집대로 한다’는 실망감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당의 과도한 행보 중 하나로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내가 한 총리의 탄핵을 반대했다가 얼마나 당했나”라며 “한 총리 정도면 얼마든지 ‘밀당’을 할 수 있었던 관계였는데, (탄핵하니) 국민들이 쓸쓸해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탄핵 국면에서 귀국한 뒤 정중동 행보를 걷고 있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달라야 이길 수 있다”라며 당의 변화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SNS에 공개했다. 김 전 지사는 “저들의 모습에서 민주당이 가야 할 길을 찾는다”라며 “극단적 증오와 타도,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일방주의, 독선과 오만… 우리는 그와 정반대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가 바뀌어야 정치가 바뀐다”고도 강조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15일 문재인 정부 시절 원내대표 시절 함께한 원내부대표단과 의장 공관에서 부부 동만 만찬을 함께 했다. 이 자리에는 당시 우 원내대표와 부대표단 일원으로 호흡을 맞췄던 김 전 지사도 함께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내 대안 주자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배경에는 최근 민주당 지지율이 여당에 따라잡히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며 이 대표 일인 체제에 경고등이 켜진 현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비명계와 대안 주자들은 탄핵으로 정국이 급변하자 서둘러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으나, 이 대표 체제가 탄력을 받은 상태라 존재감을 드러내기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일련의 여론조사로 현 체제의 허점이 드러나며 차별화된 메시지를 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게 된 것으로 해석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당이 현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정권 창출에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면 변화를 촉구하는 당내 목소리는 더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부겸 전 총리가 27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