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신·구 권력 함께한 취임식···트럼프, 바이든 면전서 맹비난

선명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0일 미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는 동안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생각에 잠겨 있다.  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0일 미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는 동안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생각에 잠겨 있다. UPI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는 8년 만에 백악관의 신·구 권력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퇴임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4년 전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 불복하며 자신의 취임식에 불참한 ‘흑역사’를 끊어내고 전임 대통령이 새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는 전통을 다시 이어갔다.

바이든 전 대통령 부부는 이날 백악관 차담에 이어 취임식장까지 대통령 전용 차량에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 동승하는 등 1837년 시작된 전통을 복원했다. 이날 오전엔 트럼프 대통령 부부를 백악관에서 맞이하면서 “집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말로 인사를 건넸다.

바이든 전 대통령 부부는 연방의회 의사당 중앙홀(로툰다)에 열린 취임식에서도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과 함께 입장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부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 전직 대통령들과 부통령들도 관례에 따라 취임식에 참석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자리를 지킨 바이든 전 대통령을 면전에서 강도 높게 비판하는 등 화합보다 갈등을 부각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 바로 뒤에 앉아 취임사를 듣던 바이든 전 대통령과 해리스 전 부통령의 표정이 일순간 굳어지기도 했다.

20일(현지시간) 미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서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연설을 듣고 있다.  UPI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미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서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연설을 듣고 있다. UPI연합뉴스

한파로 인해 40년 만에 실내에서 열린 이날 취임식은 귀빈들에 이어 마지막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하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참석자들은 그가 입장하자 ‘USA’를 외치며 환호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정오에 맞춰 취임 선서를 했다.

J D 밴스 부통령이 관례대로 먼저 브렛 캐버노 대법관 앞에서 취임 선서를 했고, 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이 존 로버츠 대법원장 앞에서 취임 선서를 했다.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선 전통적으로 왼손을 성경에 얹고, 오른손을 들어 “나는 미국 대통령의 직무를 성실하게 수행하고, 내 능력의 최선을 다해 미국 헌법을 지지하고 수호하고 보호할 것을 맹세한다”고 선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받쳐 든 성경에 왼손은 올리지 않은 채 오른손만 들어 선서했다. 선서에는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이 1861년 16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할 당시 사용한 성경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1953년 자신의 모친으로부터 받은 개인 성경이 함께 사용됐다. 이후 취임 연설이 진행됐고, 가수 캐리 언더우드가 부르는 ‘아름다운 미국’ 등 축하 공연을 끝으로 취임식은 막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들을 환송한 뒤 다음 일정으로 직행하는 대신 취임식장에 입장하지 못한 이들에게 취임식 장면을 생중계한 의사당 내 노예해방홀을 찾아 30분간 즉흥 연설을 하기도 했다. 실내 취임식이 열린 로툰다에는 800석 정도의 자리가 마련됐으며, 노예해방홀에는 1800석 정도가 별도로 준비됐다.

비교적 절제된 수사로 미래에 좀 더 초점을 맞춘 공식 취임사와 달리 그는 이곳에서 “2020년 대선은 완전히 조작됐다”며 부정선거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이후 2만명의 지지자가 집결한 의사당 인근 대형 실내경기장 캐피털 원 아레나에선 바이든 전 대통령을 작심 비판하며 특유의 거친 언사를 이어갔다.

4년 전 미 의회 의사당에서 폭동을 일으켰다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대거 사면된 극렬 지지자들은 취임식이 열린 수도 워싱턴을 찾아 축제를 벌였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명 ‘J6(2021년 1월6일 의회 폭동 가담자를 지칭하는 말)’를 포함해 트럼프 대통령의 극렬 지지자들이 취임식을 앞두고 워싱턴에 속속 집결하며 마치 전쟁에서 승리한 군대가 패잔병을 몰아내고 수도에 입성하는 장면을 연상케 했다고 전했다.

의회 폭동 가담자 중 실형을 선고받은 이들이 수감돼 있는 워싱턴의 중앙 구금시설 바로 앞에서는 이들을 마치 ‘독립투사’로 떠받드는 듯한 기도 집회가 열린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시작일이었던 2017년 취임식 날과 같은 대규모 반트럼프 집회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애도 기간으로 인해 조기로 게양됐던 미국 국기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으로 하루 동안 정상 게양됐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의 의상에도 주목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짙은 감색의 코트와 같은 색 치마, 눈을 가리는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취임식에 등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식 중 멜라니아 여사의 볼에 입맞춤하려 했으나 모자에 막혀 허공에 키스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열린 취임식에서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에게 입맞춤을 시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열린 취임식에서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에게 입맞춤을 시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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