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 탄핵심판 출석한 이유는? 수사 피하며 ‘대국민 여론전’ 속셈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차기환 변호사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차기환 변호사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출석하면서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49일만에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내란 수괴(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조사 요구에 불응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 조사실 대신 헌재 심판정을 택한 것은 공개된 자리에서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여론전’을 펼치려는 심산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계속 헌재 탄핵심판에 출석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공수처 수사는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저는 자유민주주의라는 신념 하나를 확고히 갖고 살아온 사람”이라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 조사에서 내내 진술거부권(묵비권)을 행사하고선 이날은 “국회의원 체포를 지시한 적 없다”고 적극 방어했다. 반국가세력 척결과 부정선거 의혹 해결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순교자’ 이미지를 구축하고 지지·우호 여론을 조성함으로써 헌재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출석 시점은 내란죄 수사에 불응하며 시간을 끌고 여론전에 주력한 효과가 나타난 시점과 겹쳤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전날 발표한 1월3주차 여론조사 결과에서 ‘정권연장’ 응답(48.6%)은 ‘정권교체’ 응답(46.2%)을 앞섰다. 1개월 전 응답률은 ‘정권교체’(60.4%)가 ‘정권연장’(32.3%)보다 2배 우세했지만 역전됐다.

헌재는 지난 9일 “심판정 밖에서 이뤄지는 여론전에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윤 대통령 지지 여론이 많아지면 파면(탄핵 인용) 결정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석동현 변호사는 지난 1일 대통령 관저 앞 지지자 집회 무대에 올라 “더 큰 힘이 필요하다. 바로 여론전이다. 불법 수사, 불법 탄핵을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있으면 우리가 이긴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도 지난 15일 공수처에 체포되자 자필 편지를 공개해 “국민 여러분, 계엄은 범죄가 아니다. 국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통령의 권한 행사”라고 주장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심판정에 들어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심판정에 들어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출석은 향후 열릴 형사재판 대비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탄핵심판을 통해 공범들의 진술과 증거를 파악하면서 공수처 조사를 거부해 자신의 변론 전략을 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법원에 구속의 적법성을 다시 판단해 달라고 구속적부심을 청구할 경우 기소 시점은 다음달 4~5일로 미뤄진다. 그때까지 윤 대통령은 탄핵심판 4차(1월23일)와 5차(2월4일) 변론기일에 출석할 수 있다.

공수처의 윤 대통령 대면 조사 계획은 벽에 부딪쳤다. 공수처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 삼아 윤 대통령을 강제 구인해 조사실에 데려오려는 시도를 전날부터 계속하고 있다. 공수처가 전날 “다시 강제 구인할 수 있다”고 압박하자 윤 대통령 측은 “앞으로 가능하면 헌재에 다 출석하겠다”고 맞섰다. 당초 공수처는 검사들이 서울구치소를 찾아가 조사하는 ‘현장 조사’(방문 조사)에 부정적인 분위기였지만 이날 윤 대통령이 헌재에서 돌아와 강제 구인을 거부할 경우 현장 조사라도 하기 위해 구치소에서 대기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헌재에서 탄핵심판 변론을 마친 뒤 국군서울지구병원으로 가서 진료를 받은 뒤 오후 9시쯤 구치소로 복귀했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한달 전부터 주치의가 받으라고 한 치료인데 계속 연기하다가 더이상 연기하면 안된다고 해서 오늘 치료를 받은 것”이라며 “치료내역은 알려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관련 규정에 따라 전날 윤 대통령을 진료한 서울구치소 의무을 감안한 소장의 허가 아래 외부의료시설을 방문했다면서 “자세한 진료내용은 민감한 개인정보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내란죄 기소권을 가진 검찰에 윤 대통령 사건을 넘기는 시점을 협의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상 구속 기간은 체포 시점으로부터 10일이고, 법원의 허가로 10일 더 연장할 수 있다. 검찰은 공수처에 10일 전에 사건을 넘겨달라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앉아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앉아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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