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지칭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친분을 강조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재추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의 대북정책 초점이 비핵화에서 핵군축·위험관리로 이동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4년 만에 재집권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에너지 관련 비상사태 선포, 모든 무역협정 재검토, 세계보건기구·파리기후협정 탈퇴 등의 조치를 대거 발표했다. 취임 첫날부터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발 폭풍이 휘몰아치면서 글로벌 통상·안보 질서가 대격변을 맞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취임 연설을 마친 뒤 주먹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UPI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연 행정명령 서명식 도중 취재진과의 문답에서 북핵 위협과 관련해 “그들(민주당 정부)은 그게(북한이) 엄청난 위협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그는 핵보유국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그와 매우 잘 지냈다”면서 대화 재개에 관심을 드러냈고, “그는 엄청난 콘도(를 건설할) 역량이 있다. 그에겐 해안선이 많다”고도 했다. 그는 이후 군 관계자들을 위한 무도회에서 주한미군 캠프 험프리스 기지 장병들과 영상 통화를 하고 “여러분은 매우 나쁜 의도를 가진 누군가를 대하고 있다. 김정은은 어떻게 하고 있느냐”면서 다시 한번 김 위원장을 언급했다.
앞서 이날 정오 워싱턴 연방 의회 의사당 중앙홀(로툰다)에서 취임선서와 취임 연설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정책 뒤집기에 착수했다.
우선 바이든 행정부 시기 행정조치 78개를 철회하면서 ‘ABB(Anything But Biden·바이든 정책만 아니면 돼)’에 즉각 돌입했다. 여기에는 트럼프 집권 1기에 이어 다시금 파리기후협정과 국제보건기구(WHO)에서 탈퇴하는 등 국제문제에서 미국의 역할 축소를 앞당기는 조치가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우선 국내 정책으로 꼽은 이민 문제 해결을 명목으로 남부 국경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국경 관리에 군 배치, 난민 입국 중단, 출생시민권 제도 종료 등도 발표했다. 연방공무원 사무실 복귀 명령, 정부 문서·정책에서 남성과 여성 두 개의 성별만 사용하도록 하는 등 다양성 폐기 정책도 발표했다.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 선포로 석유 시추 확대에도 시동을 걸었다. 또 ‘전기차 의무화’ 정책 철폐를 명시하고 관련 보조금 정책을 재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들이 받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보조금 제도에 변동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자유무역협정(FTA) 재검토와 무역적자 해소 방안 마련을 지시함에 따라 한·미 FTA 재협상 요구를 포함한 통상 압박이 가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관세 조치를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캐나다와 멕시코산 수입품에 25% 관세 부과는) 2월1일에 할 것” “(보편관세는)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모든 사람에게 조속히 부과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보호무역 기조를 재확인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연설에서 “미국의 황금시대는 이제 시작”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모든 나날 동안 매우 단순하게, 미국을 최우선에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