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하이브리드 전쟁’까지 등장시킨 ‘계엄 궤변’···변론 아닌 ‘정치’에 집중한 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자신의 탄핵심판에 출석해 그동안 ‘12·3 비상계엄’ 사유로 주장해온 ‘부정선거’ 의혹을 다시 강조했다.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과 법률을 준수한 것인지를 따지는 탄핵심판 쟁점과 거리가 먼 내용을 되풀이한 것이다. 윤 대통령 측이 탄핵심판 자체에 집중하기 보다는 정치적 주장으로 지지층을 결집해 헌법재판소를 압박하려는 전략을 세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과 대리인단이 이날 헌재에서 총 4차례 발언한 내용은 대부분 주관적이거나 근거가 불분명한 내용이었다. ‘부정선거 의혹’ ‘야당의 무분별한 예산 삭감’ ‘야당의 탄핵소추권 남발로 인한 국정마비’ 등이었다.

윤 대통령은 먼저 12·3 비상계엄 선포 주요 사유로 지난해 4월 총선의 공정성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이미 계엄을 선포하기 전에 여러가지 선거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게 많이 있었다”며 “선거를 전부 부정해서 믿을 수 없다는 음모론이 아니라 팩트 확인 차원이었다는 것을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이후 대국민 담화와 지난 15일 체포영장 집행 직후 지지자들에게 보낸 영상 담화 등에서 같은 취지의 주장을 했다. 극우 유튜버들이 유포해온 ‘키르기스스탄과 콩고 등에서 벌어진 부정선거가 한국 선관위에서 수출한 장비를 사용한 것 때문’이라는 등의 의혹과 맥락이 닿아 있다.

윤 대통령 측 차기환 변호사은 이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미사일 관련 2급 기밀 중국 유출’, ‘정보사령부 소속 블랙요원 명단 중국 유출’ 등을 계엄에 나선 이유로 언급하기도 했다. 또 ‘하이브리드 전쟁으로 인한 안보 위협’도 새로운 근거로 들었다. 북한·중국 등이 사이버 공격이나 테러, 심리전 등 수단으로 국내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대부분 근거가 없는 음모론에 가깝거나, 계엄 사유로는 볼 수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직접 제기한 부정선거 의혹도 “계엄의 정당성과 상관이 없다”고 법조계는 평가한다. 무엇보다 이번 탄핵심판의 핵심 쟁점에도 엇나간 주장들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사건은 헌법 77조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 필요가 있었느냐’ 규정을 위반했는지 여부가 관건이지만, 이날 윤 대통령이 밝힌 내용은 이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 측 대리인도 이날 변론에서 “(부정선거 음모론 등을 통해) 피청구인(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고 병력을 동원해 국회에 침입한 것을 전혀 정당화할 수 없다”며 “대통령 스스로 발표했던 ‘계엄 선포 사유’에도 이 내용이 등장하지 않았고, 계엄 선포 이후에 정당화하기 위해 등장시킨 것”이라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이 이처럼 자신의 주장을 되풀이한 것은 자신의 지지층을 의식한 전략으로 보인다. 강성 지지층이 헌재를 압박할 수 있도록 그들을 겨냥한 발언에 주력하는 식이다.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내란과 위헌적인 계엄 선포가 이번 탄핵심판의 주된 심리 대상이고 그것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법률에 위반되는지가 관건”이라며 “그런데도 대통령은 헌재 심판을 정쟁의 장, 정치 투쟁의 장으로 변질시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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