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국무총리 소속 징계위에 의결 요구
유창호 부대변인, 계엄 이후 옹호 PG 전달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21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현안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연합뉴스
외교부가 12·3 비상계엄 사태를 정당화하는 내용의 대통령실 입장을 외신에 전달한 유창호 부대변인(국장급)에 대해 징계 의결을 요구한 것으로 21일 파악됐다.
외교부는 국무총리 소속 중앙징계위원회에 유 부대변인에 대한 징계를 의결할 것을 요구했다고 이날 밝혔다. 외교부는 유 부대변인의 행위가 외무공무원법상 징계 사유인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품위나 위신을 손상시키는 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유 부대변인은 국장급이라 외교부 소속 징계위원회가 아닌 국무총리 소속 중앙징계위원회에서 징계 의결을 진행한다. 징계 의결을 위해서는 징계 대상자가 소속된 기관의 장이 이를 요구해야 한다.
앞서 유 부대변인은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지난달 5일 대통령실 해외홍보비서관실로부터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내용의 언론 보도 입장문(Press Guidance·PG)을 전달받아 일부 외신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PG에는 위헌·위법이라는 비판을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합헌이라며 옹호하는 내용이 담겨 논란이 됐다. PG는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세력에 대해 헌법주의자이자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를 누구보다 숭배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내린 결단”이라고 했다. 또 “국회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통제하지 않았다”, “합헌적 틀 안에서 행동을 취함”, “민주당의 입법 폭주를 통한 국정농단의 도가 지나치다” 등 내용도 포함됐다.
유 부대변인은 지난달 1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외신) 기자들의 질의가 있었고 그에 대한 의문(문의)에 제가 자료를 받게 됐다”라며 “정식으로 보낸 건 아니고, 제가 개인적으로 아는 (기자들에게 보냈다)”고 말했다. 유 부대변인은 대통령실의 지시는 없었다고 했다. 앞서 그는 2022년 7월부터 대통령실 미래정책비서관실에서 파견 근무를 했다. 유 부대변인은 해당 PG의 배포 사실을 조 장관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조 장관은 “(PG 내용은) 외교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며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조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