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인근 도로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한수빈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소추 후 지지율 40%를 기록했다고 발표한 여론조사의 적정성을 판단해달라는 야당의 이의신청을 기각한 이유는 논란이 된 문항이 ‘선거 관련’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선관위 산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가 21일 해당 여론조사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기한 더불어민주당 측에 보낸 결정문에서 민주당이 문제를 제기한 조사 문항이 ‘일반정치 현안’ 관련이어서 심의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다만 여심위는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를 물은 해당 조사 문항의 적정성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심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보통 이의신청이 들어온 범위 안에서 심의한다”고 했다.
앞서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코프라)는 아시아투데이 의뢰로 지난 3일부터 4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응답률 4.7%,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40%가 나왔다고 밝혔다. 해당 조사의 3번 문항은 ‘선생님께서는 윤 대통령 체포영장에 대한 불법 논란에도 불구하고 공수처가 현직 대통령을 강제 연행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어 편향성 논란이 일었다.
코프라는 뉴데일리 의뢰로 지난 4일부터 5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응답률 5.1%,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의 5번 문항에서는 ‘국회에서 야당 단독 의결로 추천한 헌법재판소 재판관 3인 중 2인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행인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임명한 것에 대해 선생님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라고 물었다. 이어지는 6번 문항은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이유 중 하나로 선관위 전산시스템 해킹 및 부정선거 의혹을 들고 있다. 해킹 및 부정선거 의혹 해소를 위해 선관위 전산 시스템에 대한 압수수색 등 공개적인 수사와 검증의 필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였다. 언급된 두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여심위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한국여론평판연구소가 아시아투데이 의뢰로 지난 3일부터 4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의 문항 갈무리. 여심위 홈페이지
여심위는 아시아투데이 의뢰 조사의 3번 문항, 뉴데일리 의뢰 조사의 5번 문항에 대해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가 아닌 일반 정치현안 여론조사의 문항으로, 우리 위원회의 심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선거에 관하여’라 함은 당해 선거를 동기로 하거나 빌미로 하는 등 당해 선거와 관련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는 대법원 판례도 언급했다.
코프라는 앞서 언급된 아시아투데이 의뢰 조사에서 대통령 후보 적합도 및 비호감도를 묻는 문항의 보기로 이재명·김경수·김동연·김부겸·이준석·한동훈·오세훈·홍준표·원희룡·유승민 등을 제시했다. 여심위는 국민의힘 및 민주당의 ‘차기 대권주자 적합 인물’, ‘차기 대권주자 부적합 인물’의 보기 구성에 대한 지적에 “언론사 및 여론조사 기관이 해당 인물의 정치적 비중과 행보, 국민적 관심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는 것으로 인정된다”고 했다.
여심위는 ‘정치 현안에 관한 문항을 연속해 배치해 선거 여론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에 대해선 “여론조사 기관 제출 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공직선거법 및 선거여론조사기준 위반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탈 현황, 이탈자 인구 특성, 정당 지지층별 및 문항별 이탈자 현황, 선거 여론조사 결과에 미친 영향의 정도 등을 검토했다고 여심위는 설명했다.
민주당 ‘여론조사 검증 및 제도 개선 특별위원회’ 소속인 이연희 의원은 이날 특위 첫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명태균식 여론조사 특징 중 하나가 편향된 질문을 해 답변을 유도하는 게 있는데, 선관위에서는 선거 관련 여론조사가 아니기 때문에 심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라며 “조사 로데이터(원자료) 등을 확보해서 실제로 표본을 어떻게 (추출)했는지 과정을 들여다보고, 문제가 있으면 여심위에 제기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