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트럼프 2기 출범, 한반도 비핵화 마지막 기회로 삼아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의 황금기가 시작된다”는 첫 일성과 함께 두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연방의회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조 바이든 전 대통령으로부터 군통수권을 넘겨받았다. 그는 취임 후 에너지와 이민 관련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등 행정명령 수십건에 서명했다. 에너지 체계를 화석 연료 기반으로 되돌리겠다며 전기차 보조금 중단을 선언했고 ‘불법’ 이민자 강제 추방도 지시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말했듯 미국의 정책 전환이 한국 경제와 산업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 정치권과 민관이 협력해 대비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트럼프가 취임 첫날 북한 관련 언급을 한 것이 주목된다. 트럼프는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다 기자들에게 북한을 “핵강국(nuclear power)”이라고 부르며, “그럼에도 (1기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매우 잘 지냈다”고 말했다. ‘8년 전 오바마는 인수인계하며 북한을 최대 위협이라고 했는데 이번에 바이든은 뭐가 위협이라고 했느냐’는 질문에 “아주 많다”고 답한 뒤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는 북한을 엄청난 위협이라고들 했지만, 자신은 그런 김정은과 잘 지냈다고 강조하며 이번에도 다시 만나 상호 관심사를 논의하고 싶다는 의향을 내비쳤다.

우선 트럼프의 이 말을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인정으로 보기는 어렵다. 북한이 핵무기를 가졌다는 것과 합법적 핵보유국 지위를 갖는 것은 다르다.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서 핵보유국은 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 5개국이다. 인도·파키스탄·이스라엘은 NPT에 가입한 적 없이 핵을 개발해 제재를 받지 않는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분류된다. 반면 북한은 NPT에 가입해 핵기술 협력을 받은 뒤 탈퇴해 핵개발을 했기 때문에 제재를 받고 있다. 트럼프가 대북 제재를 풀지 않는 한 북한을 어떻게 부르든, 불법 핵무장국 지위는 바뀌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의 이 발언은 양면성을 갖고 있다. 향후 북한이 응하는 데 따라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가능성도 있다는 암시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것은 한국에 좋지 않은 신호이다. 다만 트럼프 2기 대북정책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트럼프 2기 첫 국무장관에 오른 마코 루비오는 상원 청문회에서 “제재가 북한의 핵개발을 막지 못했다”며 대북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과정이 어떻게 귀결되느냐는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북한이 많은 핵무기를 보유한 현실에서 단번에 모든 핵무기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를 견지한다는 전제하에 협상 초기에 여러 유연한 방안을 논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시작은 상호 핵전쟁 발발 가능성을 낮추는 데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 역설적이게도 중국이 트럼프의 미국보다 좀 더 강한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견지하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정부는 중국과 더 깊은 전략적 소통을 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트럼프 2기 정부하 북·미 직접 대화는 북한 비핵화의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 로툰다 홀에서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와 함께 서서 제47대 미국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 로툰다 홀에서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와 함께 서서 제47대 미국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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