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강력해진 “MAGA”…반도체·자동차·배터리, ‘마’가 끼다

권재현 선임기자·김상범 기자

트럼프 2기 통상정책 윤곽

‘전기차 의무화’ 폐기 등 공식화
멕시코·캐나다 25% 관세 장벽
삼성·LG 등 생산 기지 초비상
반도체 지원 축소·대중국 견제
부품·장비 협력사 위기 코앞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 정책 윤곽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국내 반도체·자동차·배터리 기업의 긴장 수위도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인 ‘그린 뉴딜’의 종료를 선언했다. 2030년까지 전체 신차 판매 대수의 50%를 전기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연료전지차 등 친환경차로 채우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방향을 180도 뒤집겠다는 것으로, 전기차 수요 증가를 겨냥해 투자를 늘려온 완성차·배터리 업계에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물론 ‘전기차 의무화’ 정책 폐기 공식화가 전기차 구매 보조금(세액공제) 등의 혜택을 규정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즉각적인 폐기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친환경차 우대 정책을 축소하거나 폐지한다는 방향 자체는 재확인된 셈이어서 자동차·배터리 업계는 정책 추진 속도와 강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미국 조지아주의 전기차 공장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하이브리드차를 병행 생산하고, 아이오닉9 등 경쟁력 있는 전기차 신차 출시를 통해 어려움이 예상되는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업계의 위기감은 더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전기차 산업에 대한 비우호적 입장이 공식화됐다는 점에서 어떤 형태로든 산업 지형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율촌의 안정혜 변호사는 “중간선거 이전까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정책 변화를 시도할 것으로 본다”며 “특히 자동차·배터리 업종은 대중 견제에 따른 반사이익보다는 정책 방향 급선회에 따른 후폭풍이 더 클 것으로 보이는 만큼 민관이 힙을 합쳐 어느 때보다 기민하게 대응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장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의 상대국인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25% 관세를 두고 “2월1일에 (부과)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속도전’ 방침을 시사했다. 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하면 대미 수출의 전초기지를 찾아 멕시코와 캐나다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도 비상이 걸린다. 현재 멕시코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가전과 TV 등의 공장을, 기아가 자동차 공장을 운영한다. 현대모비스와 현대트랜시스도 생산공장을 가동 중이다. 캐나다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과 스텔란티스의 합작공장이 배터리 모듈을 양산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GM과 함께 배터리 양극재 합작공장을 캐나다에 건설 중이다.

반도체 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2022년 마련한 반도체지원법(칩스법) 보조금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지속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과 연구·개발 시설을,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각각 짓고 있다. 그 대가로 지난달 바이든 정부는 삼성전자에 47억4500만달러(약 6조9000억원), SK하이닉스에 9억5800만달러(1조4000억원)의 보조금을 각각 확정했다.

실제 지급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이뤄진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가 당근(보조금)보다는 채찍(관세)이라는 점이다. 보조금이 없다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로서는 미국의 비싼 건설비·인건비를 감수하고 공장을 운영할 유인이 사라진다. 지금까지 투자한 금액도 매몰비용으로 전락한다.

반도체 업계는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정책도 눈여겨보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모두 중국 생산 비중이 커 관세에 민감하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보다는, 이들을 따라 중국 현지에 진출해 있는 수많은 반도체 부품·장비 관련 협력사들이 받는 영향이 더 클 것”이라며 “이들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대응책을 정부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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