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여성, 극장서 농성장까지…‘남태령 대첩’서 노동자 연대로

글·사진 박채연 기자

민주노총·금속노조, 조선소 배경 ‘빅토리’ 상영회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독립영화관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 영화 <빅토리> 단체 관람과 토크 콘서트 행사에 참석자들이 입장하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독립영화관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 영화 <빅토리> 단체 관람과 토크 콘서트 행사에 참석자들이 입장하고 있다.

“남태령에서 거제까지.”

농민과 시민들이 연대한 ‘남태령 대첩’ 이후 2030 여성과 노동자들 간 만남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지난 20일 저녁 서울 마포구 독립영화관 인디스페이스에서 영화 <빅토리> 단체관람과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박범수 <빅토리> 감독과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딸 강새봄씨가 참석한 행사에는 150석이 마련됐는데 신청자 500여명이 몰렸다.

이같은 행사의 ‘굿즈’는 대개 영화 포스터 등인데 이날은 흰색으로 ‘총파업’ 글씨가 적힌 빨간 띠가 등장했다. 머리에 띠를 매보던 여성들은 “잘 어울리냐” “결연해 보여”라며 서로 웃었다.

영화는 1999년 댄서를 꿈꾸는 경남 거제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딸들이 고등학교 축구부 응원단 ‘밀레니엄 걸즈’를 만들어 활동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밀레니엄 걸즈가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의 파업 투쟁 현장에서 치어리딩하는 장면도 나온다.

이날 관객들이 받은 ‘총파업’ 빨간 띠는 영화 속 하청노동자들이 머리에 매고 있던 것이다. 김형수 지회장은 “영화 투쟁 현장 속 현수막에 ‘추가근무와 주말근무 폐지하라’고 적혀 있더라”며 “영화 배경은 1999년이지만 지금도 그 구호는 유효한 상태”라고 했다.

남태령 대첩 이후 하청지회에 시민들의 후원이 쏟아졌다. 하청지회가 지난해 12월31일부터 1박2일 동안 진행한 새해맞이 행사엔 전국 각지에서 시민 300여명이 모였다.

박 감독은 “투자사에서 조선소 장면을 조금 줄이자는 얘기도 했으나, 영화 대사처럼 ‘파업은 응원하면 안 되냐’는 말로 설득해 투쟁 장면들을 넣었다”고 했다. 박 감독의 말에 관객들은 박수로 지지했다.

강새봄씨는 “많은 청년이 삶의 이유를 잃곤 하는데, 저는 연대를 하면서 연대 자체가 이유가 된다는 것을 알았다”며 “연대가 또 다른 연대를 낳는 것, 그리고 연대하는 사람들이 다양해지는 것이 새롭고 재밌다”고 말했다.

관객들도 연대에 대한 각자의 경험을 공유했다. A씨는 “나도 연대 현장의 증거가 되고 싶어 지난해 12월31일에도 거제에 갔다”고 했다. ‘거제에 다녀온 분이 얼마나 되냐’는 사회자 질문에 영화관 내 30~40명이 손을 번쩍 들었다.

김 지회장은 “이 영화관에 앉아 있는 파업 노동자들은 머리띠를 안 매고 있는데, 뒤에 앉아 계신 관객들은 매고 있다”며 “이 변화가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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