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치로 부숴 복구 불능 상태
“포고령 내가 써” 신빙성 낮아
검, 제3자 작성 가능성 수사

12·3 비상계엄 사태 내란 공범으로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사진)이 계엄 당시 사용한 노트북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파괴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장관이 파괴한 노트북이 계엄 포고령 작성에 사용됐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김 전 장관 외에 포고령을 작성한 다른 인물이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21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이 해제된 이후 자신의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파괴했다. 휴대전화는 다른 사람을 시켜서 망치로 깨트린 것으로 알려졌다. 노트북 역시 복구가 불가능할 정도로 파손됐다고 한다.
김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조사에서 휴대전화를 파괴한 이유에 대해 ‘계엄 과정을 비롯한 임무를 완수했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노트북 파괴 사유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은 자신이 직접 포고령 초안을 작성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신빙성이 낮다는 관측이 제기된 상태다. 평소 그가 직접 타이핑해 컴퓨터로 문서를 작성한 적이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김 전 장관이 파괴한 노트북으로 다른 누군가가 포고령을 작성했을 수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 김 전 장관 측근으로 분류되는 군 관계자도 검찰과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조사에서 ‘포고령 제3자 작성 가능성’을 진술했다. 이 관계자는 수사기관에 김 전 장관으로부터 ‘내가 포고령을 작성했다’는 취지의 말을 전해 들었지만, 그의 평소 성향상 직접 컴퓨터로 포고령 내용을 작성했을 가능성이 적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