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수 칼럼] 민주주의 적, 윤석열과 정치 홀리건](https://img.khan.co.kr/news/2025/01/22/news-b.v1.20250121.b375e9cd87ae4673bd4cb0357cbf5354_P1.png)
47일 사이, 대한민국은 두 번 폭동을 겪었다. 12·3 내란은 국회·선관위를 위압하고, 국무회의 의결을 패싱했다. 1·19 난동은 서울서부지법을 부수고 한 무리가 헌법재판소 담을 넘었다. 두 폭동이 이 나라 5부 요인(국회의장·대법원장·국무총리·헌법재판소장·중앙선관위원장)이 이끄는 헌법기관을 다 짓밟었다. 참으로 오랜 만에, 우리는 총 든 특전사·수방사·정보사·방첩사의 군홧발 소리를 다시 듣고, 사법부에 떼거지로 난입한 초유의 백색테러를 목도했다.
내란의 밤 시발점도, 선동의 밤 촉발자도 윤석열이다. 하나, 내란 수괴는 ‘왕 법꾸라지’로 산다. 차벽 쌓은 관저에서 저항하다, 경호원들까지 등돌리자, 체포 직전 윤석열은 “자진 출석”으로 하자고 흥정했다. 구속 부담을 낮추려 한 것이다. 그리고 빼박 증거 넘치는 공수처 내란 수사는 결사코 불응한다. 탄핵 심판에 올 수사기록을 줄이려 한 것 일게다. 그러곤 헌재 법정에서 계엄 포고령 1호는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이 옛 포고령을 잘못 베꼈다 하니, 김용현은 반박하고, 소가 웃는다. 내란 당시 최상목 당시 경제부총리(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주었다는 ‘비상입법기구 쪽지도 그런 적 없단다. 혼자 살려고 수하 장관들을 거짓말쟁이로 몬 것이다. 호송차에 탄 그의 말로가 비루하다. 뻔뻔하다. 사악하다. 어디에 대통령다움이 있는가. 일말이라도 국민에게 송구한 낯빛과 예의가 있는가. 그 손가락질 받으며, 술도 유튜브도 없는 3평 독방에, 거악(巨惡)이 갇혔다.
극우는 체제와 법치와 보편적 가치를 부정한다. 사법 테러 그날도, 하얀 헬멧 쓴 백골단, “이제 내전이다” “성전·의거”라며 생중계한 유튜버들, “헌법 위 저항권”으로 윤석열을 구치소에서 빼오자는 전광훈 집회가 뒤섞였다. 합리적 보수도 선긋는 부정선거를 극우는 맹신한다. 그러다 내란까지 찬성하고, 그 수괴 윤석열도 영웅시한다. 12월에 ‘진보·보수 30%’ 언저리던 여론조사 참여 비율도 1월엔 ‘보수 35%·진보 25%’로 바뀌었다. “지지율 올려야 윤석열 석방된다.” 극우 유튜버 독려가 급피치 올린 뒤 일어난 ‘보수 과표집’이다. 극우의 또 다른 특징은 행동이다. 누군가를 겨눈 적의가 공수처-서울서부지법-헌재를 향했고, 머잖아 야권 대선주자 1위 이재명을 향할 것이다. ‘내란 지지가 애국’이라는 윤석열, ‘윤석열 지키는 게 애국’이라는 극우는 하나가 됐다. 윤석열이 바로 극우다.
이 광기에 정치도 올라탔다. 전광훈에게 90도 절하고 경찰서장에 법원 난동자의 ‘선처’를 부탁한 윤상현류, 국회에 백골단 청년들을 세운 김민전류, 법원 난동에 ‘폭도 낙인’ 말라며 유튜버에 설 선물 보낸 권영세류, 경찰의 과잉 대응을 경고한 권성동류, 폭도들의 무료변론 모금에 나선 황교안류다. 입은 ‘세 결집’에 웃고, 발은 ‘극우 수렁’에 빠진 게 국민의힘의 갈팡질팡하는 오늘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극우는 과거의 행동대를 넘어 집권당과 내각을 쥐고 흔드는 정치 주류로 부상했다.
되새길수록, 끔찍하다. 윤석열은 이재명·한동훈·우원식을 “싹 다 잡아들여” 수방사 벙커에 가두고, 내란 성공 후 비상입법기구를 만들려 했다.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온갖 악법을 만든 5공 신군부의 국가보위입법회의(국보위)였을 게다. 경향신문·한겨레·MBC·JTBC엔 단전·단수까지 지시했단다. 신문사·방송사를 세우려는 비수였다. 헌법 위의 비상대권을 쥔 ‘인치(人治)’, 윤석열이 가려 한 전두환의 길이다. 내란의 전모는 아직도 다 밝혀지지 않았다.
김용현은 작년 8월 국방장관이 되었다. 하나, 그 훨씬 전부터 그에겐 ‘국방상관’ 별칭이 붙었다. 윤석열의 경호처장이 군을 움직인 실세, ‘현직 장관 위의 상관’으로 불린 것이다. 1년 가까이 김용현이 충암고·육사 학연, 군의 직연(職緣), 승진 약속으로 내란 조직도를 그려온 검찰 공소장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선관위원장 족쳐보겠다”고 야구방망이를 준비시킨 노상원(전 정보사령관)도 그렇게 비선이 됐다. 카툰 ‘윤석열차’에 태운 정치검찰로 안 되니까 정치군인을 동원한 것, 그게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였다.
시민에 막혀, 윤석열의 정치도박은 끝났다. 구속된 윤석열이 머잖아 파면되면, 4~5월 벚꽃 대선이 이어진다. 민주공화국을 다시 세우는 그 여정이 끝날 때, ‘수인번호 0010’ 윤석열은 세상과 멀어지고, 시민도 그를 놓는다. 그리고 기억할 것이다. 술을 가장 많이 마신 대통령으로, 아내 앞에선 법이 휜 권력자로, 남북 대화가 끊긴 시간으로, 최악의 법 기술자로, 그리고 끝까지 극우 잔불을 좇은 민주주의 적으로.

이기수 편집인·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