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교의 첫 오컬트 도전 ‘검은 수녀들’···‘검은 사제들’ 흥행 이을까

김한솔 기자
영화 <검은 수녀들>에서 첫 오컬트 장르에 도전한 배우 송혜교. 뉴 제공.

영화 <검은 수녀들>에서 첫 오컬트 장르에 도전한 배우 송혜교. 뉴 제공.

* 기사에 영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배우 송혜교의 첫 오컬트 도전작’이자 ‘영화 <검은 사제들> 속편’ 으로 이번 설 연휴 최대 기대작으로 꼽히는 영화 <검은 수녀들>(감독 권혁재)이 지난 20일 언론과 일부 관객에 선공개됐다. 반응은 갈린다. 금기를 깨는 수녀들이 펼치는 드라마가 나름대로 매력적이라는 평과, 구마·타로·굿이라는 소재를 한꺼번에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오컬트 장르 특유의 공포 분위기를 충분히 못 살렸다는 평이 공존한다.

<검은 사제들>의 수녀 버전인 영화는 몸에 악마가 깃든 중학생 희준(문우진)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서품받지 않은 수녀는 구마할 수 없다’는 금기를 깨는 수녀 유니아(송혜교)와 미카엘라(전여빈)의 이야기다. 유니아는 희준을 살리기 위해 스승인 김범신 신부(<검은 사제들>의 김윤석)를 불러 달라고 청하지만, 해외 체류 중인 김 신부는 오지 못한다. 희준은 ‘구마는 시대적 요구가 만든 문화 행위일 뿐, 희준을 구하는 것은 의학뿐’이라고 믿는 의사 바오로 신부(이진욱)에게 인계된다. 유니아는 악마가 희준을 완전히 장악하기 전 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바오로의 제자 미카엘라 수녀(전여빈)를 설득해 구마에 나선다.

영화 <검은 수녀들>의 미카엘라 수녀(왼쪽, 전여빈)와 유니아 수녀(송혜교). 뉴 제공.

영화 <검은 수녀들>의 미카엘라 수녀(왼쪽, 전여빈)와 유니아 수녀(송혜교). 뉴 제공.

인기 영화의 속편인 만큼 비교가 불가피하다. 전통적인 가톨릭 구마 의식을 넘어 타로, 굿 등 오컬트적 요소가 모두 등장하는 게 <검은 사제들>과 가장 다른 점이다. 수녀라는 신분 때문에 교구의 공식적인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이들은 무당에게 ‘구마하기 좋은 날’을 받고, 타로점을 쳐 미래를 가늠한다. 미카엘라와 유니아 모두 남들이 들을 수 없는 소리를 듣는 ‘영적 능력’도 갖고 있다. 흥미로운 설정이 많지만, 곳곳에 이런 요소를 배치해둔 것에 비해 영화의 가장 핵심이어야 할 구마 장면은 10년 전 영화인 <검은 사제들>만큼 새롭지 않다. 사지가 묶인 채 수녀들을 조롱하고 협박하는 악마는 <검은 사제들>의 부마자와 거의 똑같고, 수녀들이 행하는 구마 의식은 여러 가지 언어로 진행됐던 전작에 비해 밋밋하다.

영화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 중 하나는 뜻밖에도 ‘자궁’이다. 극 중 유니아는 자궁암으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악마가 유니아에게 주로 하는 욕도 ‘XX년’ 다음으로 ‘썩은 자궁’ ‘자궁을 북처럼 두들기겠다’ 같은 것이다. <검은 사제들>의 부마자가 사제의 남성성을 소재로 욕하지 않는 것과 달리, 희준의 욕은 거의 수녀의 성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유니아는 남성인 신부들보다 뛰어난 능력을 갖췄지만 수녀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여성이다. 여성 수도자가 악마를 처단하기 위해 자기 몸을 희생할 수는 있지만, 러닝타임 내내 여성의 분투와 연대를 강조하던 영화가 택한 해결책에 대해선 관객 반응도 갈릴 것으로 보인다.

배우 송혜교.  UAA 제공.

배우 송혜교. UAA 제공.

송혜교가 <두근두근 내 인생>(2014) 이후 11년 만에 찍은 국내 영화다. 그는 “계속 드라마를 찍고 있어서인지 영화와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데뷔 때부터 쭉 로맨스 장르만 하던 그는 2022년 <더 글로리>에서 복수심에 불타는 주인공 역으로 연기 변신을 했다. 차기작으로도 장르물을 물색하다 이번 영화를 만났다. 그는 “‘더 글로리’ 때 연기하면서 재미있었다. 오컬트 영화라고는 하지만 드라마적 요소가 강한 게 좋았다. 특히 구마 장면을 찍는 제 모습이 기대되고 궁금했다”고 말했다.

영화의 아쉬운 점과는 별개로 무표정한 얼굴로 담배를 피우며 나지막하게 욕설을 하는 송혜교의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다. 그는 늘 담배를 물고 사는 유니아가 되기 위해 6개월간 흡연 연습을 했다. 그는 여전히 로맨스 외 장르에 관심이 많다. 그는 “사랑 이야기더라도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인지’를 기준으로 작품을 고를 것 같다. 동화 같은 사랑 이야기는 이제 후배들이 하셔야 한다”며 “사이코패스 역할, ‘이유있는 악역’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은 수녀들>은 설 연휴가 시작되는 24일 개봉한다. 송혜교는 “마냥 ‘오컬트물’ 이라고 생각하면 좀 아쉬울 수도 있겠지만, ‘오컬트 입문용’으로 괜찮은 영화”라며 “요즘 영화 시장이 너무 어렵기 때문에 손익분기점만 넘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결사> <카운트>를 만든 권혁재 감독의 작품이다. 러닝타임 1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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