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들어갈 ‘앱테라 모터스’의 태양광 전기차. LG에너지솔루션 제공
지난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업황 부진에 빠졌던 국내 배터리 3사가 역대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R&D)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추세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내연기관차 회귀 정책과 관세 인상 움직임까지 더해져 올해 전망 역시 불투명하지만, 3사 모두 이런 때일수록 기술 리더십 확보와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필수라고 보고 R&D에 더 집중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업계와 증권사 리포트 등에 따르면 삼성SDI의 지난해 R&D 투자액은 전년(1조1364억원)보다 높은 수준으로 역대 가장 높은 수치다. 앞서 삼성SDI는 지난해 3분기까지 9861억원을 R&D에 투자하며 전년 동기 대비 18%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다음 4분기에도 비슷한 추세가 이어지면서 삼성SDI는 2022년(1조764억원) 이후 3년 연속 R&D 투자 1조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업계는 지금 어느 때보다 험난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캐즘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불확실성 증대로 경쟁업체보다 실력을 갖추지 못하면 언제든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건식 공정 등 차세대 제품 및 기술 투자에 주력하는 동시에 국내외 연구소를 중심으로 글로벌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해 R&D 투자액으로 전년(1조373억원)보다 약 6% 증가한 1조1000억원 이상을 투입하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을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 8760억원에서 2023년 처음 1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에도 투자 확대 기조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기존 파우치형 배터리를 비롯해 리튬황 전지,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온의 경우 지난해 매출 급감으로 투자 여건이 급격히 악화했지만, R&D 투자액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고 전해진다. SK온의 2023년 R&D 투자 규모는 3006억원이었다.
배터리 소재 기업인 에코프로도 삼원계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성능 고도화와 제품 포트폴리오 강화에 무게를 두고 R&D를 지속하고 있다.
에코프로 창업주이자 상임고문인 이동채 전 회장은 최근 시무식이나 사내 행사 등에서 경영진에게 “R&D에 지속 투자하자”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