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는 왜 추운 겨울에 이사할까”

박미라 기자

25일부터 일주일 전통 풍습 신구간

이 기간 이사해야 탈 없다고 믿어

1970년대 신구간을 맞아 이사를 하고 있는 제주사람들. ㅣ제주시 제공

1970년대 신구간을 맞아 이사를 하고 있는 제주사람들. ㅣ제주시 제공

오는 25일부터 제주의 전통적인 이사철인 ‘신구간’이 시작된다. 제주에서는 오랜 기간 신구간에 맞춰 이사하는 풍습이 있다. 행정기관과 관련업계는 이사가 집중되는 시기 혼란을 줄이기 위한 지원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제주에서는 대한 후 5일째부터 입춘이 되기 3일 전까지 일주일 동안을 신구간이라고 부른다. 1월25일부터 31일까지다. 예전부터 제주에서는 추운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이 기간에 맞춰 이사를 했다.

이는 신구간에 이사를 포함해 평소에 꺼렸던 일을 해야 탈이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제주에서는 이 기간 인간의 길흉화복을 관장하는 제주의 1만8000여 모든 신들이 일제히 임무교대를 위해 천상으로 올라간다고 믿었다. 모든 신들이 하늘에 올라 인간이 사는 지상에서 사라진 기간, 제주도민들은 이사를 하거나 집 수리, 화장실 고치기, 묘소의 담 손보기 등과 같은 평소 하지 않았던 일들을 했다. 그래야 신의 노여움을 사지 않고 동티가 나지 않는다고 봤다.

이 같은 신구간 이사는 세대의 변화와 아파트의 입주 시기에 맞춘 이사 등으로 상당부분 사라졌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풍습 중 하나다. 행정기관과 관련업계도 여전히 이사가 집중된 신구간 기간에 맞춰 바쁜 행보를 보인다.

제주소방안전본부는 신구간을 앞두고 22일부터 가스 배관 처리 미비나 부주의로 인한 사고 예방을 위해 ‘신구간 가스 안전사고주의보’를 발령했다. 제주는 다른 지역에 비해 LP가스 의존량이 높아 최근 5년간 가스 사고의 56.0%(14건)가 LP가스에 의해 발생했다. 또 전체 사고의 절반 이상(52.0%)이 주택에서 발생했다. 도소방안전본부는 가스배관 막음조치 미비, 밸브 잠금상태 오인 등을 원인으로 보고 이사에 따른 안전조치 재확인을 당부하고 있다.

행정, 쓰레기 수거반 확대 운영
소방 ‘신구간 가스 안전주의보’ 발령

이사하는 풍경. 박미라 기자

이사하는 풍경. 박미라 기자

제주시는 신구간을 맞아 이사로 인해 대형 폐기물이 늘 것으로 보고 수거반을 확대 운영한다. 신구간이 겹친 설 연휴 기간에는 가연성폐기물, 재활용품, 음식물류 폐기물을 매일 수거한다.

한전은 이사에 따른 전기요금 정산과 사용자 명의 변경 등을 위한 안내를 진행하고 있다.

LG전자 베스트샵은 사은품 제공하는 신구간 특별 이벤트를 제주에서만 진행 중이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는 “이사할 때에는 전문 가스판매점에 연락해 호스를 막아야 하고, 연결 후에는 가스용기 연결 호스나 중간 밸브 등에서 가스가 누설 되지 않는 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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