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보낸 ‘윤 대통령 응원’ 화환이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에 쓰러져 있다. 강한들 기자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근처부터 대통령실 앞까지는 22일까지도 ‘윤석열 대통령 응원’ 화환 행렬이 1㎞ 이상 도로 양쪽에 줄지어 서 있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일주일 뒤인 지난 10일 대통령실 앞부터 나란히 늘어서기 시작한 화환은 40여일 이상 거리에 놓여 있었다. 화환에서 떨어지는 쓰레기 등을 이유로 인근 주민과 상인들의 민원을 하자 용산구청은 철거에 필요한 절차를 밟고 있다.
녹사평역 근처부터 대통령실 앞까지 늘어선 화환에는 “윤석열은 이 시대의 이순신” “국민 밖에 모르는 바보 윤석열” “목숨 걸고 지킨다. 함께 승리한다” “윤 대통령님 생일 축하드려요” 등 문구가 적혀 있다. “계엄령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 “윤 대통령님 응원합니다”라고 적힌 화환도 4~5개에 하나꼴로 있었다.
40일 이상 길거리에 방치되면서 받침이 부러지거나, 쓰러진 채 방치된 화환도 많았다. 쓰러진 화환 위로 낙엽과 쓰레기가 쌓여있거나, 떨어져 나온 조화가 뒹굴고 가로수나 화단에 화환 장식물이 걸려 있기도 했다. 손대지도, 치우지도 못하는 화환은 청소노동자에겐 애물단지다. 인근에서 작업 중이던 한 청소노동자는 “보기 그렇게 좋지 않다”며 “겁이 나서 손을 함부로 댈 수는 없지만, 치우면 우리가 일하기는 편하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에 22일 윤석열 대통령 응원 화환 1개가 쓰러져 나무에 파묻혀 있다. 강한들 기자
인근 주민과 상인들이 용산구청에 낸 민원은 이날까지 120여건에 달했다. 대통령실 근처에서 장사하는 A씨는 ‘쓰레기 방치’ 등을 이유로 용산구청에 민원을 넣었다. 화환에서 떨어진 조화가 길 건너 매장 앞까지 굴러다녀 불편을 겪는다는 이유였다. 용산구청은 최근 “오랜 기간 화환으로 불편하게 해 죄송하다”며 “관리자 측과 부분적으로 철거를 협의 중이며 보행자 안전에 직접적으로 위해가 되는 화환에 대해서는 미조치 시 강제 철거도 고려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답했다.
구청은 분쟁을 피하는 차원에서 화환이 법적으로 광고물인지, 노상적치물에 해당하는지, 폐기물에 해당하는지 등을 놓고 법률 자문을 받았다. 그 결과 용산구는 화환을 입간판과 유사한 ‘위험광고물’로 판단해 지난 21일까지 자진정비 기간을 주는 계고장을 화환 관리 자원봉사자에게 전했다. 자진 정비에 응하지 않으면 구청이 행정대집행으로 화환을 철거하고, 담당자에게 비용을 청구하는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구청 관계자는 “계고장 전달 후 자원봉사자가 자진정비를 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와 조만간 화환이 치워질 것이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이런 소식을 반겼다. 30대 주민 김현정씨는 “산책하며 문구를 보면 겹치는 게 많아서 소수가 여러 개를 보낸 게 아닐까 생각했다”며 “방치된 쓰레기들은 다 어떡하나”라고 말했다. 박창현씨(21)는 “굳이 사람 지나다니는 길에 과격한 말이 쓰인 화환을 둬야 하나 해서 눈꼴사나웠다”며 “얼른 치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통령 관저가 있는 용산구 한남동 인근에도 ‘윤석열 대통령 응원’ 화환이 남아있다. 한남동에서 57년 살았다는 주민 B씨는 “화환을 보면 사람들 다치게 만든 시위대가 생각난다”라며 “그냥 보기 싫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