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벼 수확 현장. 연합뉴스
쌀 과잉 공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벼 재배면적 감축을 추진 중인 농림축산식품부가 모든 벼 재배농가를 대상으로 감축에 나서는 것은 아니라며 감축 대상 선정은 일선 지방자치단체가 판단할 몫이라고 밝혔다.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지자체에 자율성을 부여했다는 입장이나, 지자체에 배분한 감축면적 할당량은 그대로 유지한채 실적에 따라 정부 지원 등에서 차별을 두겠다는 방침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22일 농식품부와 일부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전날 박범수 차관 주재로 각 지자체 농업 국장이 참여한 제1차 시·도 농정국장회의를 열어 벼 재배면적 조정 등에 대해 논의했다.
농식품부는 앞서 지난달 발표한 ‘쌀 산업 구조개혁 대책’(2025∼2029년)에서 올해 벼 재배면적 8만㏊(헥타르·1㏊는 1만㎡)를 감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쌀 생산량을 기준으로 지자체별로 감축 면적을 배분한 상태다. 지난해 쌀 생산량 1위인 전남(70만9000t)이 올해 광역 지자체 중에서 가장 많은 1만5831㏊의 면적을 줄여야 한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이달 안에 농가별 조정면적 사전통지와 이의신청 접수를 마치고, 다음달에 농가별 재배면적 조정 면적 통지서를 발송해야 한다. 농식품부는 벼 재배면적을 감축한 농가에 공공비축미 매입 등에서 인센티브(혜택)를 주고, 감축을 이행하지 않은 농가는 공공비축미 매입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농민들이 정부 감축안에 대해 “불복종 운동을 벌이겠다”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강순중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정책위원장은 “벼 재배면적 강제 감축은 농민의 기본권을 말살하는 일방 정책”이라고 했다. 전북 순창군과 장수군 등 지방의회에서도 “농민 영농권을 침해하는 반농민적 정책”이라며 벼 재배면적 조정제 폐기를 촉구하는 건의안을 잇따라 채택했다. 일선 현장의 거센 반발에 따라 지난 15일 전국 지자체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개최하려던 관련 설명회가 무산되고 다음달 5일로 연기됐다.
농식품부는 이날 회의에서 지자체의 역할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모든 농가들이 일률적으로 재배면적을 감축하는 것이 아니고, 이행하지 않은 농가가 직접 불이익을 받는 것도 아니다”라며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일선 지자체가 타작물 전환 등을 통해 벼 재배면적 감축을 진행하고 동시에 감축 농가를 최종 선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이를 통해 감축 실적이 좋은 지자체에는 공공비축미 우선 배정과 정부 정책 지원을 늘릴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실적이 저조한 지자체는 정부 정책 지원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쌀값 안정을 위해 재배면적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기대만큼 성과를 거둘지 의구심이 든다”며 “농가 참여를 유인하기 위해 소득 감소분 만큼의 현금성 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사료용과 가공용 등 쌀의 신규 수요처를 확대하는 것이 쌀값 안정을 위한 근본적 해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