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일(현지시간) 콜롬비아 노르테데산탄데르주 티부에서 반군 간의 충돌로 희생된 시민들아 묻힌 묘지. AFP연합뉴스
콜롬비아 북부 지역에 두 반군이 싸우면서 무고한 시민을 포함해 최소 100명이 사망하고, 약 2만명의 난민이 발생한 최악의 인도적 위기 상황이 일어났다.
콜롬비아 매체 더시티페이퍼보고타는 21일(현지시간) 반군인 국민해방군(ELN)과 반체제 세력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의 잔당 ‘중앙총참모부(EMC)’가 6일간 콜롬비아 북부 노르테데산탄데르주 카타툼보 일대에서 충돌하면서 벌인 폭력 행위로 인해 이 같은 인명피해가 났다고 전했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전날 비상사태를 선포해 해당 지역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이동을 제한하고, 통행금지 등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이미 정부 병력보다 반군이 더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터라 통제 불능의 상황이다. 각 반군은 경쟁 반군에 도움을 줬다는 의심이 드는 현지 주민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있다.
현지 언론 엘콜롬비아는 1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오면서 노르테데산탄데르주에 있는 영안실이 시신을 모두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지역의 어린이 4만6000명은 학교 수업을 제대로 듣지 못하고 있으며, 수천명이 구호를 기다리고 있다. 피란민들은 베네수엘라 등지로 도망가고 있다.
유엔은 지난주부터 시작된 총격 사건과 폭력으로 이 지역의 인권운동가 2명이 이미 살해당했다고 밝히며 “민간인 생명과 인권을 존중하라”고 반군 측에 항의했다.
이번 싸움은 콜롬비아 최대 반군 세력인 ELN이 마약류인 코카 작물이 다량 재배되는 카타툼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카타툼보 지역은 콜롬비아의 베네수엘라 국경과 가깝다. 콜롬비아산 코카 15%를 이곳에서 생산하고 있어 ELN과 FARC-EMC가 영역 다툼을 벌이던 ‘화약고’ 지역이다.
1964년 조직된 ELN은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 국경 부근을 근거지로 삼고 마약 밀매와 불법 광물 채취 등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FARC는 반군 단체였다가 2016년 정부와 평화 협정을 맺고 무장을 해제하기로 했지만, 이곳에서 나온 EMC는 ELN 등 다른 반군 세력·마약 카르텔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콜롬비아 정부의 치안 관리 무능이 이번 사태로 한 번 더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권 문제를 다루는 국가 기관인 옴부즈만은 지난해 11월부터 이곳에서 심각한 폭력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정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더시티페이퍼보고타는 전했다. 페트로 대통령은 이날 ELN이 어떻게 본거지인 아라우카주에서 노르테데산탄데르주까지 영향력을 확대했는지와, 이들의 정확한 규모가 얼마인지 모른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