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스틸 컷.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2008년 개봉한 대만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인기는 선풍적이었다. 신비한 피아노곡을 연주해 미래로 넘어온 고등학생 샤오위와 샹룬이 펼치는 판타지 로맨스 영화는 40개도 안되는 적은 상영관에서 개봉했지만 입소문을 타고 17만 관객을 모았다. 영화 OST ‘시크릿’이 유행했고, 영화의 감독, 주연을 맡은 중국의 가수 저우제룬(주걸륜)의 이름을 국내 관객들에게 각인시켰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이 17년 만에 같은 이름으로 국내에서 리메이크됐다. 가수 겸 배우 도경수가 원작의 저우제룬 역을, 원진아가 여자 주인공을 맡았다. 설 연휴에 개봉하는 작품들 중 유일한 로맨스 영화다.
리메이크되면서 원작에서 고등학생이었던 주인공들은 대학생으로 설정이 바뀌었다. 해외 유학 중이던 유준(도경수)은 손목 부상으로 귀국한다. 아버지(배성우)가 교수로 있는 대학교에서 무료한 생활을 보내던 그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에 이끌려 들어간 연습실에서 정아(원진아)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유준은 자꾸 사라졌다 한참 만에 모습을 드러내 정아 때문에 괴로워한다. 연습실이 있는 건물 재건축을 앞둔 날, 유준은 과거 아버지의 제자였다 실종된 정아가 시간여행을 해 현재로 넘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대학교를 배경으로 했다는 것을 제외하면 영화의 전체적인 이야기는 원작과 똑같다. 유준이 현재의 삶을 버리고 과거의 정아에게로 가는 것을 선택하는 결말도 그대로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유독 여자 주인공보다 남자 주인공이 돋보이는 로맨스 영화다. 도경수는 “원작이 너무 잘된 영화여서 부담감도 컸지만, 사실 재밌고 설레는 감정이 더 컸다”고 말했다. 실제로는 피아노 악보도 볼 줄 모른다는 그는 ‘안무를 외우듯’ 피아노를 연습해 자연스러운 연주 연기를 보여준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피아노 배틀’에서 도경수의 상대역으로 나온 사람이 실제 도경수의 피아노 선생님이라고 한다. 도경수는 “피아노 연습 기간은 3주밖에 안 됐다. 지금도 영화에 나오는 ‘고양이 춤’을 치라고 하면 못 칠 것 같다”고 말했다.
거의 20년 전 나온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려다 보니 약간 어색해진 부분도 있다. 유준과 정아 모두 현실에서는 잘 쓰지 않을 것 같은 대사를 주고받고, 옷차림 등으로는 두 사람 사이에 긴 시간 차가 있다는 것도 알기 어렵다. 도경수는 “원작보다 남자 주인공이 더 적극적으로 그려진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27일 개봉, 러닝타임 103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