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 거점도시 육성해 인구유출 방파제 만들어야”···행정체제 개편 논의 본격화

주영재 기자
홍준현 미래지향적 행정체제개편 자문위원회 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미래지향적 행정체제개편 자문위 행정체제개편’ 권고안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홍준현 미래지향적 행정체제개편 자문위원회 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미래지향적 행정체제개편 자문위 행정체제개편’ 권고안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수도권 집중 가속이라는 미래 행정환경 변화에 맞춰 초광역행정통합, 비수도권 거점 대도시 확대, 특별지방자치단체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는 권고안이 나왔다.

행정안전부 소속 민간 자문위원회인 ‘미래지향적 행정체제개편 자문위원회’(미래위)는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지방행정체제개편 권고안’을 발표하고, 초광역권 형성과 대도시권 연계와 협력 중심의 개편방안을 제시했다.

미래위는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위험이 커지는 가운데 수도권 집중화 경향은 더욱 뚜렷해져 이에 대응할 행정체제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인구 감소에도 수도권 집중은 심화할 듯

미래위가 제시한 ‘행정환경 변화와 미래 전망’에 따르면 2020년 감소 추세로 돌아선 인구는 2052년 4627만명까지 줄어들고, 비수도권 광역시 인구의 경우 약 25%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인구가 줄어도 수도권 집중 현상은 오히려 강화돼 2052년 총인구의 53%, 청년 인구의 58%가 수도권에 밀집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경쟁 심화, 주거·고용 불안이 저출산으로 이어지면서 고령화 현상이 가속화하고 2052년에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40%, 비수도권 도 인구의 46.9%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지식 기반 산업이 커지면서 일자리 수가 제한되고, 산업 수혜지역도 인프라가 집중된 수도권에 제한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도권으로 경제력·인구 이동이 가속화하고, 1차 산업과 전통적 제조업 쇠퇴에 따라 비수도권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했다.

농촌과 소규모 도시는 소멸위험이 커지지만 2040년 기준 인구 20만∼100만명 규모인 중·대도시 인구는 오히려 5% 이상 늘어나는 등 도시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판단했다. 지자체 간 재정적 양극화 현상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다.

미래위는 현재 지방행정체제는 인구와 경제력이 성장하던 30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행정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고 봤다.

미래위는 이러한 인식에서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 완화에 기여하고, 인구구조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며, 전국 어디서나 기본적 삶의 질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지방행정체제 개편방안을 마련해 권고했다.

지역 대도시가 인구 유출 막는 방파제 역할 해야

먼저 수도권 일극체계를 다극체계로 전환하기 위해 ‘광역시·도’ 간 통합으로 초광역권 형성을 제안했다. 현재 대구·경북, 대전·충남, 부산·경남 등이 통합을 추진 중이다. 미래위는 초광역권 행정 효율을 위해 통합 후 광역·기초 2계층을 유지할 것과 권한 이양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권고했다.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 논의처럼 행정구역이 달라 주민 불편이 큰 지역과 편입 시 발전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대상으로 구역을 변경할 수 있다고도 했다.

비수도권 거점 대도시 확대도 제안했다. 특례시와 대도시는 권역 전체의 성장을 견인하는 거점기능을 수행하고 인구 유출을 방지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비수도권에 한정해 특례시·대도시 인구기준을 하향 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권고문을 발표한 홍준현 미래위 위원장은 “넓은 지역을 초광역권으로 묶고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특례시와 대도시가 거점으로 기능하면서 인구 유출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비수도권에 특례시와 대도시 등 거점 도시를 확대하고 거점 도시가 권역 성장을 견인하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 위원장은 지역이 필요로 하는 권한을 부여할 법적 근거가 미비해 특별하지 않은 ‘특별자치도’가 늘어나는 상황을 언급하면서 시·도에서 필요한 권한과 특례를 중앙에 제안하면 이를 심의해 부여하는 일반화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특례시·대도시에는 더 높은 수준의 권한을 부여하고,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시·군에 대해서는 일부 사무를 관할 도가 직접 수행하도록 하는 사무특례를 둬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별지방자치단체 활성화도 제안했다. 특별지방자치단체는 여러 자치단체가 상호 연계·협력하는 제도로 하나의 지역만으로 해결이 어려운 광역교통 사무 등을 수행한다. 지난달 18일 충남북·대전·세종이 연합해 출범한 전국 최초 특별지방자치단체인 충청광역연합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광역시 내 자치구와 존속이 어려운 시·군는 일반구나 행정시·군으로의 전환하고, 단체장만 선출하는 준자치구 등으로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홍 위원장은 “지방행정체제는 정책이 집행되는 그릇과 같아서 이를 개편하지 않고서는 어떠한 균형발전, 인구감소 대책도 유의미한 효과를 거둘 수 없다”면서 “지방행정체제개편이 우리 사회가 직면한 인구감소, 지방소멸을 해결하기 위한 충분조건은 아닐지라도, 필요조건에는 해당한다”고 말했다.

고기동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은 “미래위 권고안은 민선자치 30주년을 맞이해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이라는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려는 방안”이라면서 “행안부는 후속조치를 추진해 나갈 ‘지원단’을 설치하고,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이행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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