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오른쪽)가 22일 경제상황 점검 및 현안 논의를 위해 서울 중구 한국은행을 방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회의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가 22일 한국은행을 찾았다. 최근 이창용 한은 총재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급격히 얼어붙는 경기 방어를 위해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는데, 그 배경을 추궁하러 온 것이다.
권 원내대표을 비롯해 송언석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 8명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을 찾아 이 총재와 1시간 가량 간담회를 가졌다. 지난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배경과 최근 물가 수준, 환율 동향 등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주목된 부분은 추경과 관련한 내용이었다. 그동안 정부와 함께 ‘예산 조기집행’을 주장해온 국민의힘은 이 총재에게 추경 편성을 촉구한 배경을 물었다. 이 총재는 경기 부양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15조~20조 원 규모의 추경 편성이 시급하다고 한 바 있다.
권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정치권 불안,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등 이후 대내외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어 앞으로 통화·신용정책을 운용하는데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걱정도 든다”고 했다. 이어 “물가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금융시장 동향과 해외 시장 움직임도 의견을 청취하고, 최근 (이 총재가) 활발하게 의견 개진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속사정이 뭔지, 배경이 뭔지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싶어 방문했다”고 말했다.
최근 이 총재는 경제 현안은 물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 등 적극적인 의견 표명을 해왔다. 이 과정에서 “생각 좀 하고 말하라”며 여권 인사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권 원내대표가 이날 이 총재를 향해 “활발하게 의견 개진하는 부분”에 대한 “속사정”이란 표현을 쓴 것은 그런 적극적인 의사 표명에 다른 배경이나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추궁성 발언으로 해석된다.
특히 송언석 기재위원장은 한은을 방문하기 직전 “중립성과 독립성을 상실하고 월권적 재정 확대 요구를 계속하는 이창용 총재의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송 위원장은 이 총재를 만난 자리에서도 비슷한 지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재는 추경 방침을 가시화해야 대외신인도 하락을 막을 수 있다는 그간의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간담회 도중 한 의원이 “총재님, 정치 생각 없으시죠”라고 묻자 이 총재는 “생각 없습니다”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박수민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예산 조기집행이 민생과 경제를 위해 집중해야 할 일이라는 점은 다르지 않은 것 같다”면서 “총재는 추경(자체)보다도 추경 계획이 가시화되어야 대외신인도에 좋다는 차원이라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저희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간극이 좁혀졌다”고도 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이 총재가 정치를 하셔도 되지만 지금 정치적으로 국민들이 예민한 상황이기 때문에 관련 걱정이 있었는데, 오히려 그런 부분의 생각은 줄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