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헌재 결정에 국민 동의 안할 가능성”
권영세 “공수처 강제구인 시도는 욕보이기”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이 2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헌재에 대통령 권한대행 중 탄핵소추된 한덕수 국무총리 심판 사건의 조속한 처리 등을 요구하며 항의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국민의힘이 22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심리하는 헌법재판소를 항의 방문하고 윤 대통령 강제구인을 시도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맹공했다. 여당이 헌재의 탄핵 심판, 공수처의 내란 수사 정당성을 흔들며 불복 명분을 쌓아가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여당의 이런 행보는 서울서부지법 난동·폭력 사태 같은 보수 지지층의 극단적 저항을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권성동 원내대표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헌재를 항의 방문했다. 윤 대통령이 전날 헌재 탄핵 심판에 처음 출석해 직접 입장을 밝힌 지 하루 만이다. 권 원내대표와 김정원 헌재 사무처장의 만남은 불발됐다. 헌재 측은 전날 면담이 어렵다고 전했지만 국민의힘은 일방적으로 면담을 밀어붙였다.
권 원내대표는 헌재 앞에서 취재진에게 “우리 당의 요구사항을 전달하기 위해 면담을 요청했는데 이를 전면 거부한 것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이 헌법상 권한인 비상계엄을 선포한 원인인 입법 독재에 해당하는 감사원장 등 탄핵소추 사건이 대통령 사건보다 먼저 접수된 만큼 먼저 하거나 함께 진행돼야 한다”며 “그런데 헌재는 대통령 사건을 매우 성급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권 원내대표는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모친상에 문상하는 등 두 사람은 “호형호제하는 가까운 사이”여서 탄핵 심판 공정성에 의구심이 제기된다는 주장을 전날에 이어 다시 폈다. 권 원내대표는 “문 권한대행이 적절한 해명을 하지 못하면 헌재 결정에 대해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불복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사실이라면 문 권한대행은 최소한 재판을 기피를 해야 된다”고 했다.
헌재는 출입기자단에 공지를 통해 ‘문 권한대행이 이 대표 모친상에 문상했다는 권 원내대표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여당의 면담 제안에 불응한 데 이어 심판 자격에 이의를 제기하며 신뢰성을 흔드는 여당에 맞선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은 윤 대통령 강제구인을 시도한 공수처에 대해서도 맹공을 이어갔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TV조선에 출연해 “(윤 대통령을) 강제구인을 해봤자 진술을 거부할 텐데, 대통령을 욕보이는 것 외에 다른 의도가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 대통령을 욕보이기 위한 행태라면 대단히 잘못됐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공수처에 내란 수사권이 없어 불법 체포·구속이라는 주장에 이어 수사 절차마다 건건이 문제를 삼는 것이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공수처의 윤 대통령 가족 접견 및 서신 수·발신 금지 조치에 대해서도 “사건 관계자 대부분이 구속된 상태에서 증거인멸 운운하며 인권유린까지 자행하고 있다”며 “(강제구인은) 소환 불응에 대한 분풀이와 망신주기에 그 목적이 있는 듯 보인다”고 말했다. 김희정 의원도 KBS 라디오에서 “강제구인 쇼”라며 “매우 불공정하고 기본적인 인권 침해 소지다. 여기가 북한인가”라고 말했다.
여당이 사법부와 수사기관 흠집내기에 주력하는 것은 윤 대통령 탄핵 인용이나 내란죄 기소에 대비해 불복 명분을 쌓으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사법기관 흔들기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극단적 행동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여당 지도부는 조기 대선 가능성을 앞둔 상황에서 극단 지지자들에 선을 긋지 않고 끌어안고 가겠다는 기류를 보이고 있다. 권 비대위원장은 서울서부지법 난동·폭력 사태와 관련해 “소위 강경한 우파하고 거리두기가 필요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어떤 세력하고 특별히 거리를 두거나 말거나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서부지법 난동·폭력 사태에 관여한 극단 성향 유튜버들에 설 명절 선물을 보낸 것에 대해 “고생한 분들에게 의례적으로 해온 부분에 따라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욱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지금 당장 지지율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거짓말도 괜찮다, 선동도 괜찮다, 강성 지지층과 극우 다 안아야 된다라고 간다면 장기적으로 우리 보수의 가치가 무너진다”며 “당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중도층이 이탈하고, 강성 지지층만 남게 되는 결과가 돼서 당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