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만시지탄’ 정부·여당 추경 논의, 규모 늘리고 속도내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을 찾아가 이창용 총재와 추가경정예산(추경) 관련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전날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정부 간 국정협의회 가동을 전제로 추경 편성을 언급했다. 윤석열 정부는 집권 이후 긴축재정을 금과옥조처럼 여겼고, 국민의힘은 일주일 전만 해도 야당의 추경 주장을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했다. 정부와 여당의 입장 변화가 만시지탄이지만, 환영한다.

추경은 기존 예산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경제·민생 위기가 생겼을 때 추가로 편성하는 예산이다. 2025년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게 달포 전이지만, 추경의 필요성은 차고 넘친다. 무엇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내수 위축이 극심하다. 얼마 전 한은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1.6~1.7%로 하향 조정했다. 2개월 새 0.2~0.3%포인트 낮출 정도로 경제가 최악이고, 서민들 삶은 하루하루 피가 마르고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해선 한은 기준금리를 낮춰야 하지만 환율 상승이 무섭다. 강달러에 ‘윤석열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자영업자들은 1998년 외환위기 때보다 힘들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일도 없고 구직 노력도 없이 그냥 쉬고 있는 15∼29세 청년이 41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엔 그나마 수출이 버팀목 역할을 했지만 관세 장벽을 앞세운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올해 수출은 최대 448억달러(약 65조원)의 감소가 예상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수출 주도형 경제를 보완해야 할 때”라고 말할 정도다.

추경은 빠를수록 좋다. 경제 주체들의 심리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한은은 15조~20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해 취약계층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이 정도로 충분할지는 의문이다. 경제통인 김동연 경기지사는 “30조원 이상 추경 주장 이후 한 달이 흘렀다. 이제는 50조원까지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각론에선 입장이 다를 수 있지만, 추경의 당위성엔 여야와 정부가 모두 공감하고 있다.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 최 권한대행과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장 일정을 잡아 여·야·정 국정협의회 첫 안건으로 추경 논의를 진행하기 바란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앞줄 오른쪽)가 22일 경제상황 점검 및 현안 논의를 위해 서울 중구 한국은행을 방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앞줄 왼쪽)와 회의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앞줄 오른쪽)가 22일 경제상황 점검 및 현안 논의를 위해 서울 중구 한국은행을 방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앞줄 왼쪽)와 회의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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