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일 새벽 대통령 윤석열의 구속영장 발부에 항의하며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난입해 난동을 부린 시위대가 넘어뜨린 법원 간판을 경찰이 일으키고 있다. 이준헌 기자
대통령 윤석열 지지자들의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태 때 ‘국민 저항권’이란 말이 돌았다. 이들은 저항권이랍시고 법원을 무법천지로 만들었다. 지난 19일 이들이 “이젠 전쟁이야. 국민 저항권이야”라고 소리치는 모습도 유튜브에 생중계됐다. 극우세력 집회에서도 같은 말이 나왔다. 전광훈 목사는 “국민 저항권이 발동됐기 때문에 우리가 윤 대통령을 구치소에서 데리고 나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저항권은 위헌적인 공권력 행사가 있을 때 이를 회복하기 위해 국민이 마지막 수단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리다. 그런데 지금이 그런 상황인가. 헌법재판소가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사건에서 저항권의 요건을 정리했다. ①민주적 기본질서의 중대한 침해나 이를 파괴하려는 시도가 있어야 하고, ②저항권 외에는 유효한 구제 수단이 없어야 하며, ③‘민주적 기본질서의 유지와 회복’이라는 ‘소극적인 목적’에 그쳐야 한다. 그 말 그대로다. 윤석열의 탄핵 소추와 법원의 영장 발부 등은 모두 법률에 근거해 이뤄진 것으로, 저항권 발동 요건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저항권을 들먹이는 이들이 있다. 지난 7일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헌법재판소가) 헌법을 위반하면 국민이 저항권을 발동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측 석동현 변호사도 17일 “도저히 감내할 수 없다면 우리도 저항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극렬 시위대를 옹호하다 의원직 제명 촉구 결의안이 제출된 윤상현 의원 발언은 더 가관이다. 그는 페이스북에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적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YH무역 여성 노동자 신민당사 점거 농성 사건으로 의원직이 제명됐을 때 했던 말이다.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한 최후 수단인 저항권을 독재 권력에 맞서는 의미로 한 말인데, 자격도 없는 이들이 입에 올리고 있는 것이다. 마치 박완서의 소설 <도둑맞은 가난>을 보는 듯하다.
저항권은 누구나 함부로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진정한 저항권 행사는 12·3 내란때 무장한 계엄군을 온몸으로 막아낸 시민들이었다.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월항쟁 역시 독재와 내란 세력에 맞선 항거였다. 제발 저항권을 입에 올리지도 탐내지도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