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사평역~대통령실 도로 점령…주민·인근 상인들 “환영”
22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근처부터 대통령실 앞에 이르는 도로 양쪽에는 ‘윤석열 대통령 응원’ 화환 행렬이 1㎞ 이상 줄지어 서 있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일주일 뒤인 지난달 10일 대통령실 앞부터 늘어서기 시작해 40일 이상 거리에 놓인 것이다. 화환에서 떨어지는 쓰레기 등을 이유로 인근 주민과 상인들이 민원을 제기하자 용산구청은 철거에 필요한 절차를 밟고 있다.
화환에는 “윤석열은 이 시대의 이순신” “국민밖에 모르는 바보 윤석열” “목숨 걸고 지킨다. 함께 승리한다” 등 문구가 적혀 있다. 오랜 기간 길거리에 방치되면서 쓰러지거나 파손된 화환도 많았다.
인근 주민과 상인들이 용산구청에 낸 민원은 이날까지 120여건에 달한다. 대통령실 근처에서 장사하는 A씨는 ‘쓰레기 방치’ 등을 이유로 용산구청에 민원을 넣었다. 용산구청은 최근 “오랜 기간 화환으로 불편하게 해 죄송하다”면서 “관리자 측과 부분적으로 철거를 협의 중이며 강제 철거도 고려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답했다.
용산구청은 법률 자문을 받은 뒤 화환을 입간판과 유사한 ‘위험광고물’로 판단해 지난 21일까지 자진정비 기간을 주는 계고장을 화환 관리 자원봉사자에게 전했다. 자진정비를 하지 않으면 구청이 행정대집행으로 화환을 철거하고, 비용을 청구하는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구청 관계자는 “계고장 전달 후 자원봉사자가 자진정비를 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와 조만간 화환이 치워질 것이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이런 소식을 반겼다. 박창현씨(21)는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에 과격한 말이 쓰인 화환을 굳이 놓아야 할 필요가 있나 해서 눈꼴사나웠다”며 “얼른 치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통령 관저가 있는 용산구 한남동 인근에도 ‘윤석열 대통령 응원’ 화환이 남아 있다. 한남동에서 57년 살았다는 주민 B씨는 “화환을 보면 사람들 다치게 만든 시위대가 생각난다”며 “보기 싫다”고 말했다.